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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눈시울 붉어진 박세리, 64초가량 침묵…어렵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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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아버지 의견은 늘 달랐고, 제가 한 번도 찬성한 적 없었다”

세계일보

박세리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부친 박준철 씨의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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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저에게는 가장 큰 존재였으니까요."

이는 '골프 전설'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의 채무 문제를 왜 미리 막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한 답변이다.

박세리 이사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준철 씨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위조해 사용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박세리희망재단 측은 지난해 9월 박준철 씨를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다.

최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박세리 부녀의 갈등 양상이 외부로 불거졌다.

박 이사장은 '아버지의 채무 문제를 왜 미리 막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정말 가족이 저한테 가장 컸으니까"라며 "그게 다인 줄 알고 계속 (채무 문제를) 해결해드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막을 수 없었냐고 물으셨지만, 사실 계속 막았다"며 "저와 아버지 의견은 늘 달랐고, 제가 한 번도 찬성한 적이 없었다"고도 말했다.

박 이사장은 "2016년 은퇴 이후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러 문제점을 알게 됐다"며 "가족이니까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조용히 해결했지만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음 채무 관계가 불거지는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고는 "이제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선까지 넘어섰다"며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제가 하려는 일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앞으로 아버지와 어느 정도 선을 긋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이사장은 "이제 앞으로 (아버지의) 어떤 채무 문제가 들어와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아버지 대신 변제한 채무 규모를 묻는 말에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만 밝혔다.

또 "이 사건 이후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왜 이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지, 또 다른 법적인 문제가 추가로 있는지는 저도 궁금한 부분"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박세리희망재단이 입은 피해는 없다"면서도 "그동안 (아버지 문제로) 피해를 보신 분들도 있고, 앞으로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며 "그런 착각이 지금의 화를 부른 것 같아서 제 인생의 가장 큰 교훈을 얻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가족, 그중에서도 아버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은 박세리희망재단의 일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이어 "재단에서 주니어 대회도 열고, 유망주 육성 및 후원도 하고 있다"며 "제가 선수 생활을 하며 '세리키즈' 후배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 후배들을 보면서 저도 또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희망을 주겠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런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로 헛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이 오늘 이후로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는 대전 집이 경매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 이사장은 집이 경매로 나왔다는 보도와 관련해 “현재 경매로 나와 있지는 않다”며 “법적으로 올바르게 채무 변제를 하고 제 명의로 집을 다 인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모든 게 경매에 넘어갔다는 내용으로, 오래전부터 제가 알지 못한 부분까지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었다”며 “몰랐던 부분도 있지만, 오해가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를 밟아서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회견 내내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박 이사장은 24년 인연이 있는 한 기자의 질문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기자는 "2000년도부터, 오래전부터 같이 봐왔고 같이 현장에 있었던 기자로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게 굉장히 안타깝고 참 여러 만감이 교차하고 제 목소리도 떨리는 심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버지) 박준철 씨나 어머니, 언니와 같이하면서 함께했던 시간들 참 보기 좋았고 또 이런 일이 있어서 참 안타까운데 이런 일이 있기 전에 막을 수는 없었는지. 충분히 엄마나 언니나 소통이 되고 아빠하고도 소통이 되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있어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박 프로의 모습을 보니까 참 안타까워서.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서 질문합니다"라고 말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박 이사장은 1분 4초가량 침묵하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저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다. 진짜. 왜냐면 화도 너무 나고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가족이 저한테 가장 컸으니까. 그게 다인 줄 알고 시작했고. 근데 막을 수 없냐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많았다. 계속 막았고 계속 반대를 했고 저는 아예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예 저도 그래서 아빠와 제 의견이 완전히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번도 아빠 의견에 찬성한 적도 없고 동의한 적도 없고 저의 선택 부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갔고 저희 아버지도 아빠가 가실 길을 가셨으니까 제 인생이니까 저는 제 인생을 선택했고 아버지도 아버지 가시는 길을 저는 만들어 드렸고 그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그렇게 된 거는 저도 굉장히 유감이다. 제 아버지이기도 하고 정말 많은 기자회견을 했었다. 항상 좋은 일로만 기자회견을 했었다. 어차피 지금 이루어진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해결될 일만 남았지만 저는 제가 앞으로 갈 길은 확실히 확고히 갈 방향이 정해져 있는 사람이다. 이제는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거는 확실하다"고 못박았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M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을 통개 공개된 지 하루도 안 돼 조회수가 무려 200만회에 육박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건과 관련해 박 이사장 아버지는 “재단의 도장을 위조하지 않았으며 사업 시공사 측의 요청에 따라 동의만 해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씨는 지난 11일 MBC를 통해 “박세리가 있어야 얘들(시공사)이 대화할 때 새만금에서 인정해주지 않느냐는 생각에… 내가 아버지니까 그래도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 이사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이사장은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9월 27일 tvN ‘유퀴즈’에 출연해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 골프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2013년 SBS ‘힐링캠프’에서는 자신의 골프 상금으로 아버지 빚을 갚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아버지께 할 만큼 했다" "200억 가까이 다 줬는데 얼마나 더 해야 하나" "이제 박세리만의 인생 살길 바란다" "빚 갚는 것 자체도 가족들 사랑 안하면 할 수 없는 일" 등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를 향해 위로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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