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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씬 파일러' 못 품은 인뱅, 제4인뱅 인가 '키'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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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인뱅 3사 포용 금융 실패" 평가
대안신용평가 지연 등 혁신 부족이 원인
제4 인뱅, 혁신 내용 넘어 실현 가능성 핵심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금융당국이 기대한 만큼의 '씬 파일러'(Thin Filer, 금융 거래가 많지 않아 관련 정보가 부족한 계층)를 품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관련 사안이 제4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의 '열쇠'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기존 인터넷은행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시 배점 등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 상황에선 제4 인터넷은행 후보들의 혁신 방안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배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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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확대한다던 인터넷은행…현실은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도입을 통해 기존 은행권을 이용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 등 금융 소외 계층을 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중은행은 고신용자 위주,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영업을 펼치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은 금융 정보가 부족해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소외 계층을 금융권으로 끌어오는 포용 금융을 실현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1차 인가 시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은 사업계획 혁신성이었다. 총 1000점 가운데 사업계획 혁신성에 250점을 배정했다.

당시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는 기존 방식과 대체 데이터를 포함해 카카오가 보유한 모바일·온라인 활동 빅데이터 기반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구현한 중금리 대출 혁신을 내세웠다. 케이뱅크 역시 광범위한 고객 지불결제 정보와 국내 최대 무선통신 네트워크 등을 통해 중금리 CSS(신용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상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토스뱅크 인가(2차 인가) 때는 1차 인가 인터넷은행들의 경영 성과를 반영해 중금리 대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가능성, 자체 중금리대출 확대 계획 등에 대한 배점을 높였다. 해당 사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2차 인가 시 더 높은 수준의 계획을 요구한 셈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 3사의 영업초기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신용공급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계획도 지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3년 말 기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0%를 목표로 하는 확대 계획을 발표(2021년)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달성(23년 11월말 기준 30.3%)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이다. 기존 은행권(시중·지방·저축은행 등)을 이용하지 못했던 금융 소비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는 포용 금융이 아닌 당국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저축은행권과 경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당국이 원한 것은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못받는 소비자들을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신용평가기법으로 포용해주기를 바란 것"이라며 "실제로는 저축은행 고객을 빼앗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중은행이 공급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급과 은행업 혁신성을 위해 ICT 기업을 대주주로 허용하는 게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라며 "비금융·비계량화 된 정보로 대안모델을 구축해 중저신용자 대출이 가능토록 하는 것을 고려해 인가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4인뱅, 실현 가능한 밑그림 필요

인터넷은행 3사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시 자금조달능력, 대주주의 재무건전성 관리 능력과 함께 후보들의 혁신 계획과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 전문가 뿐 아니라 금융당국 역시 포용 금융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던 만큼 이 부분을 입증하는 게 인가 문턱을 넘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에 도전장을 낸 곳은 5개 컨소시엄(△유뱅크△KCD뱅크△소소뱅크△더존뱅크△AMZ뱅크)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특화은행을 내세우고 있다.

KCD뱅크는 사업자 경영관리 솔루션인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설립한다는 전략이다. 유뱅크는 컨소시엄에 현대백화점이 참여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시니어 헬스케어와 주거 시설을 융합한 사업을 펼치는 MDM플러스를 통해 시니어 특화 서비스와 금융상품 연계 등이 가능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존뱅크는 더존비즈온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데이터와 기업용 솔루션을 활용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역에 혁신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실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구현하고 영업에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신용평가모델 도입은 빅데이터 활용 등 기술 뿐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 단기간에 도입하기 쉽지 않다"며 "기존 인터넷은행이 대안평가모델 도입 지연과 이에 따른 포용 금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신규 인가 시에는 이 같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대안평가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컨소시엄이 구상한 특화은행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이르면 3분기에서 연말까지 신규 인가 배점 등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3사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다면 대안신용평가 모델의 현실성 등에 대한 배점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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