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6월 3일 열린 제25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국철강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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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비상 경영 속도
임원 근무 주 5일제로 복귀
포스코는 최근 임원 근무 제도를 ‘주 5일제’로 복구했다. 올 1월부터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했는데 또다시 변화를 준 셈이다. 격주 주 4일제는 2주간 하루 1시간 이상 추가로 일해 총 80시간을 채우면 2주 차 금요일에는 쉴 수 있는 근무 제도다. 시행한 지 불과 몇 달 안 돼 임원에 한해서지만 근무 제도를 원상복귀시켰다.
포스코그룹은 또 7월 대규모 조직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고강도 원가 절감을 달성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여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장 회장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미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부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포스코홀딩스 조직은 기존 13팀에서 9팀으로 줄었다. 포스코도 일부 조직 개편을 단행해 포항, 광양제철소를 본부급으로 승격시키고 생산기술본부를 폐지했다.
앞서 장 회장은 취임 후 ‘7대 미래 혁신 과제’를 통해 철강 부문에서 매년 1조원 이상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43조원 수준. 매출원가가 90%인 39조원에 육박해 원가 비중이 높다. 철강 설비를 효율화하는 한편 탄소 배출을 줄인 제품을 출시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경영진 신뢰 회복 방안도 내놨다. 임원 급여를 최대 20% 반납하고, 주식 보장 제도(스톡그랜트) 역시 폐지하기로 했다. 스톡그랜트는 신주 발행 없이 회사 주식을 직접 무상으로 지급하는 보상 제도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서 지난해 3월 이사회를 열고 최정우 당시 회장과 주요 계열사 임원 28명에게 자사주 2만7030주를 스톡그랜트 방식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스톡그랜트 지급 대상이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에 한정돼 논란이 뜨거웠다.
장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이 근무 제도 변화,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철강업계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영업이익은 3조5310억원에 그쳐 2022년(4조8501억원) 대비 27.2% 감소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84조7402억원에서 77조1272억원으로 줄었다. 이 여파로 주가도 연일 부진한 흐름이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지난해 7월 장중 최고 76만4000만원까지 오르며 개미 투자자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4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포스코그룹 핵심 사업인 철강 부문 부진이 뼈아프다. 포스코그룹 철강 부문 이익은 2021년 8조4400억원에서 지난해 2조5570억원으로 2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도맡는 철강 사업이 절체절명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발 철강 제품 공급 과잉까지 겹친 탓이다.
미국이 철강 관세 장벽을 높게 쌓으면서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이 407만t에 달해 같은 기간 기준 2022년 270만t, 지난해 396만t 대비 급증했다. 전체 수입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2년 43.3%에서 올해 59.6%까지 치솟았다.
포스코퓨처엠이 주도하는 2차전지 소재 산업도 불안한 모습이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되면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데, 리튬·니켈 등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평균 수출 가격은 t당 2만7683달러(약 3834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t당 5만3394달러(약 7395만원)를 기록한 이후 1년여 만에 50%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양극재 가격은 리튬·니켈 등 원료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원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리튬은 2022년 11월 t당 58만1000위안(약 1억1079만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에는 8만위안대까지 하락했다.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주력인 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 가격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수산화리튬 1개월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11일(현지 시간) 기준 13557.5달러로 약 한 달 전인 5월 13일(1만4350달러)보다 5.5%가량 낮아졌다.
광물 가격이 내려가면 판매가가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상 양극재 기업은 3~6개월 전에 구매한 원자재를 사용한다. 결국 리튬 가격이 내려갈수록 비싸게 산 원자재로 만든 양극재를 싸게 팔아야 하는 셈이다. 이 여파로 포스코퓨처엠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퓨처엠은 2분기 양극재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가 하락과 함께 1분기 환입 효과도 축소돼 수익성이 부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포스코퓨처엠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한 210억원, 매출은 8% 줄어든 1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그룹의 또 다른 축인 건설업도 불안한 모습이기는 매한가지다.
포스코이앤씨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1%나 감소했다. 주택 사업 원가율이 치솟은 데다 해외 수주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해외건설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해외 수주액은 2020년 17억6555만달러(약 2조4452억원)에서 지난해 3억5342만달러(약 4894억원)로 급감했다. 올 들어서도 4월 말 기준 5546만달러(약 768억원)에 그친다.
철강, 2차전지 소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올해 전망도 불안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27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미 1분기 영업이익이 5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줄어들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에도 중국 철강 제품 수출 증가세가 지속돼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다. 비철강 부문 역시 2차전지, 건설 업황 둔화로 의미 있는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실적 전망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장인화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복 부서를 통폐합하는 것을 포함해 계열사 지원 부서 인력을 사업 부서로 전환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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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비상 경영 성과 낼까
철강·2차전지 소재 경쟁력 회복 시급
포스코그룹이 재계 5위로서 자존심을 세우려면 일단 핵심 사업인 철강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 회장은 저탄소 생산 체제 전환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국 친환경 규제에 맞춰 저탄소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고부가 철강재로 전환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장 회장은 “친환경 생산 체제로 조기 전환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세계 친환경 철강재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용광로에 석탄을 가열해 만든 일산화탄소로 쇳물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발생해 탄소 배출이 없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하이렉스(HyREX)’ 기술로 수소환원제철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스코가 보유한 파이넥스 유동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형태 분광과 수소를 사용해 철강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파이넥스는 석탄 75%에 수소 25%를 환원제로 사용한다. 포스코는 향후 수소 비율을 높여 하이렉스 기술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하이렉스 기술 기반이 된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5000억원 이상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 2007년 상용화한 기술이다. 기존 고로 공법이 용광로 안에서 환원(산소 제거)과 용융(액화)이 동시에 이뤄졌다면, 파이넥스는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를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가루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철광석이나 석탄을 덩어리로 만드는 공정 처리 과정이 불필요하다. 포스코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t 규모 시험 설비를 준공하고 하이렉스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2030년까지 데모플랜트를 도입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출 기술을 앞세운 것은 글로벌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가 배출하는 탄소의 39%를 철강업계가 내뱉는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가 가동 중인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4조원으로 추산된다. 기존 고로 매몰 비용으로 27조원, 신규 설비를 건설하는 데도 27조원이 든다. 자칫 수년간 벌어온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수소환원제철 투자 비용으로 날릴 우려도 크다. 그럼에도 일반 제철 방식에 비해 생산 효율성이 얼마나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캐즘’에 빠진 2차전지 사업 경쟁력 회복도 급선무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생산 중인 단결정 양극재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의 비율)이 ‘키’가 될 것으로 본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부터 니켈 함량이 86%인 단결정 양극재 ‘N86’을 생산 중이다. 단결정 양극재는 광물을 하나의 입자로 결합해 만든 2차전지 소재다. 입자 간 균열을 줄여 다결정 양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배터리 수명이 긴 것이 장점이다. 다만 다결정 양극재보다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해 제조 공정에서 아직 수율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중 전남 광양 1~2단계 라인이 단결정 양극재 N86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문제는 수익성이다. 수율이 올라와야 출하량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이 잠시 주춤하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 우량한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공장 조기 안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포스코이앤씨 수익성 개선 급선무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손잡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합작사가 생산하는 양극재는 혼다가 북미에서 제조하는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과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 양극재를 현지에서 생산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북미, 남미 등에서 원료를 수급하는 점을 감안하면 양극재를 비롯한 전기차 밸류체인을 현지에 일원화하는 게 물류비 절감 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최우선 과제 역시 수익성 개선이 꼽힌다. 지난 2월 취임한 포스코그룹 ‘재무통’ 출신 전중선 사장은 저가 수주를 포기하고 선별 수주에 나서는 한편, 하이엔드 주택 브랜드 ‘오티에르’를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전중선 사장 취임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입찰을 포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집중해야 하는 사업지를 대상으로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계열사 핵심 사업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그룹 의사 결정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회장 선출 때마다 정권 외압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정우 회장을 제외하고는 역대 임기를 채운 회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인화 회장이 각종 논란을 의식한 듯 투명한 CEO,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제대로 된 CEO 선임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또다시 외풍, 도덕적 해이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만큼 사외이사 독립성,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재계 고위 관계자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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