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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사설] ‘총선 책임’ 지고 물러난 한동훈, 두달 만에 책임 벗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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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패배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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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달 23일 치러질 여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다. 오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뒤 “선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지 두달 만이다.

한 전 위원장이 무슨 생각으로 조기 재등판과 당권 도전을 결심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패장’의 복귀 시점으로는 너무 이르고, 명분도 없어 상식에 맞지 않는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대표로 치른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당했다. 여당 의석은 겨우 108석으로 총선 전보다 도리어 쪼그라들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었으나, 여당은 야당 공세 앞에 지리멸렬하고, 국회는 마비 상태다. 이처럼 총선 참패 결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두달 지났으니 책임이 다 사라진 건가.

물론 총선 참패 원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더 크다. 거듭된 실정과 국정 난맥, 특히 총선 직전 이종섭·황상무 사태를 통해 보여준 오만함 등은 민심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었다. 그러나 총선 기간 내내 ‘이·조 심판론’, ‘운동권 청산론’을 앞세워 오로지 네거티브 캠페인으로만 일관한 사람이 누구였나.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초라한 성적표만 받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성급한 출마 선언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은 재임 당시 ‘여의도 출장소’란 비아냥을 듣는 수직적 당정 관계, 고물가 등 민생 현안, 야당과 협치 등 어느 면에서도 여당 대표로서 성과는커녕 자신의 입장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특히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선 잠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듯하다가 ‘90도 인사’ 이후엔 옹호에 급급했다. 그랬던 한 전 위원장이 최근엔 측근들에게 출마 결심을 밝히며 “이번엔 잘해서 보수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대체 누굴 위해 정치를 하려 하는가.

물론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한 전 위원장 주변 인사인 김경율 회계사 등을 거론하며 ‘좌파’ 운운하는 건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뿐더러 너무 치졸하고 유치하다. 친윤계의 다급한 상황과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한다고 해서 한 전 위원장의 출마가 정당화되진 않는다. 일부 팬덤, 여당 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에 기대 정치 복귀를 결심했다면, 그것이 국민에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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