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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푸틴 “韓, 큰 실수 말라” 노골적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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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크라 무기 제공땐 상응 결정”… 외교부, 주한 러 대사 불러 항의

北김여정 ‘오물풍선’ 추가 도발 예고… 美, 우크라 美무기 러 본토 공격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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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검토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할 것이고 이는 한국 지도부에 달갑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한국에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를 담은 북-러 조약 체결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불가 원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규정해 온 ‘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안보 위협을 엄중 항의하기 위해 우리 외교부가 21일 초치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오히려 “러시아 연방에 대한 위협과 협박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이날 담화를 내고 우리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풍선 살포 재개 등 보복성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북-러 조약을 공개한 20일에는 북한군 여러 명이 중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20m가량 침범했다가 경고 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고 합참이 21일 밝혔다.

러시아가 한국의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며 한-러 관계가 격랑에 빠져드는 가운데 북-러가 동시에 보복 위협을 내놓자 한국 정부는 한미일 공동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러 군사동맹이 불러온 안보 위협이 한-러 갈등은 물론 한미일 대 북-러 간 신냉전 대치를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다음 주 한미일의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참가한다. 한미일 3국 안보실장 또는 외교 국방 장차관급 소통도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한국이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필요하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여부와 수준은 러시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러 조약 체결 다음 날인 2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무기로 모든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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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으며 북한과 맺은 합의에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북-러 밀착에 대응해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라는 초강수를 던진 우리 정부를 향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보복을 협박하는 동시에 대북 첨단 무기 공급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러시아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으로 우리 정부가 규정한 대북 첨단 군사기술·무기 지원의 구체적인 방식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첨단군사무기·기술 지원이라는 레드라인을 넘는 러시아의 행동이 구체화되면 우리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보고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포함한 전방위 외교·군사 대응에 단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우선 ‘푸틴발’ 안보 위협에 맞서 한미일 고위급 회동이나 3자 연합훈련 실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협력 강화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냉전시대 혈맹 수준 관계를 복원한 북-러 군사동맹 대 한미일 간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푸틴, ‘레드라인 넘겠다’ 노골화

정부는 러시아가 첨단 무기를 북한에 실제로 지원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핵 탑재가 가능한 신형 순항미사일 등이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기존 한미 연합 작전계획이나 방어태세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검토 카드를 꺼내든 건 실제 북-러가 레드라인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무기 지원 수준은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절차 등에 대한 법적, 행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실제 행동이 포착되면 우리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을 공식 발표한 뒤 무기의 위력별로 구분해 단계적 지원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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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절실한 ‘창(고위력 정밀타격무기)과 방패(방공무기)’를 모두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우리 정부를 겨냥해 사실상 최고 수위의 경고성 발언을 쏟아낸 것도 한국의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창’은 휴대용 대전차 유도무기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이 대표적이다. ‘방패’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과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천궁-2’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전차나 전투기, 미사일 등의 운용에 병력이 필요한 전력들은 지원 리스트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무기를 운용하기 위해선 사실상 우리 군 파병이 동반돼야 해 긴장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우선순위 지원 무기들로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병력 지원 없이 상호호환이 가능해 우크라이나군도 바로 전쟁에 투입할 수 있고, 살상 반경이 좁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북-러 밀착, 한미일 3국 안보에 중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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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당분간 양국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주시하면서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면서도 단기적으론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외교·군사적 대응에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한-러가 ‘말’로 주고받았지만 우리나 러시아나 갈등이 다음 스텝으로 이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비공식적 외교라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일 군 당국은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를 전개한 가운데 이달 말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실시되는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처음으로 실시해 북-러 밀착에 경고장을 날릴 방침이다. 다음 달 말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 한국이 참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 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이날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러의 동맹급 밀착이 “한미일 3국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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