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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누나 칭찬에 남동생 놀랐다...中서 확산하는 '칭찬모임'의 정체[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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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저 보드게임에서 우승했어요. 칭찬해주세요." "제가 만든 아이스크림 케이크 예쁘죠?" "전 오늘 나쁜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요. 잘했다고 해주세요."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반에 개설된 한 온라인 '칭찬 모임'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요청하는 이런 글들이 이어진다. 이 모임의 회원은 17만 명이나 된다.

중국 여성 린 란(25)은 요즘 오프라인 칭찬 모임에서 '칭찬의 힘'을 경험하고 삶이 달라지고 있다. 자신의 반려견을 대신 돌봐준 친남동생에게 "너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야. 고맙다"는 칭찬을 건넸다. 처음 보는 모습에 "우리 누나가 이상해졌다"며 멋쩍어하던 동생도 요즘엔 종종 누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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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서 서로를 칭찬하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런 모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칭찬의 효과를 경험하고 친남동생에게도 칭찬을 건넨다고 한다. 일러스트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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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중국 전역에 서로를 칭찬하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칭찬 문화'란 용어까지 생겨났다.

WP는 그동안 중국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바쁘게 살고 경쟁하는 문화가 보편화돼 칭찬에 인색한 경향이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수년간 폐쇄적인 코로나19 정책 등을 겪으며 개방성·긍정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갈망이 커진 가운데 여행·유학, 대중 매체 등을 통해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중국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칭찬 문화가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여행 블로거는 미국 여행 중 받은 칭찬을 계기로 중국에 돌아와 칭찬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뉴욕 거리를 걷는데 낯선 사람이 내가 입은 빨간 코트를 '예쁘다'고 칭찬해줘 놀라면서도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며 "질투와 자기 의심에 사로잡히지 말고 칭찬을 일상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여는 모임은 참석자들이 3분 동안 서로에게 칭찬을 쏟아내고 다음 사람에게 또 이를 반복한다. 상대가 이날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외모, 행동 등에 관한 사소한 것까지 칭찬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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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칭찬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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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등에서 100회 이상 칭찬 모임을 주최한 한 여성은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점을 발견하면 참지 않고 이야기해준다"며 "칭찬 문화는 쉽게 공감과 선의를 퍼뜨리는 시도"라고 말했다.

중국 틱톡 더우인 등에선 자신이 미국에서 받은 칭찬의 경험을 전하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광둥성의 한 젊은 여성은 "(중국에선) 검은 피부와 큰 덩치 때문에 놀림을 당하며 자라왔지만, 미국에서 외모에 대한 칭찬을 받은 후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 영상은 32만 개의 '좋아요'를 얻었다.

또 다른 인기 영상에선 자녀를 미 뉴욕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한 중국인 여성이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에 대한 칭찬을 듣고 가슴 벅찼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중국 내 칭찬 문화는 학교로도 번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안후이성의 한 대학은 정신 건강에 좋다며 칭찬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또 중국 전역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더 많이 칭찬하는 방법에 관한 글을 중국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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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세단에 대해 '아름다운 차량'이라고 칭찬했는데, 이 발언은 중국에서 '미국식 칭찬'의 대표적인 예로 화제가 됐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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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지난해 11월 중국 언론과 온라인상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한 발언이 '미국식 칭찬'의 대표적인 예로 화제가 됐었다고도 전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후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타고 온 세단을 보고 "아름다운 차량"이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국 내 칭찬 문화가 번지는 것과 관련 중앙일보에 "서구처럼 중국에서도 칭찬이 일상화되는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칭찬을 받는 사람은 인정 욕구가 충족돼 자신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사고를 해 또 다른 사람을 칭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전염되는 선순환이 발생하면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건강해질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모임이 번지면 이를테면 타인을 비난하는 악플 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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