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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지법인 지시 받는 해외파견 근무 중 사망, 업무상 재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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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파견돼 일하다 숨졌더라도 현지법인의 지시를 받고 일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숨진 A(57)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지난 4월 26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 소속으로 회사의 지시를 받고 2019년부터 중국 현지법인에 파견돼 근무했다. 그는 2020년 7월 근무하던 도중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에 따라 A씨 유족은 2020년 10월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2조,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료 징수 등 법률 제47조에서 규정하는 해외파견자 임의가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장에서 망인에 대해 해외 파견자 임의가입을 신청한 사실도 없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지급을 거부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해외 파견자는 공단에 별도로 보험 가입신청을 해서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A씨가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A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2021년 7월 소송을 냈다. A씨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국내 회사에서 근무하다 지시를 받고 해외로 옮긴 점 ▲중국 현지법인은 본사 의사결정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A씨가 본사의 업무지시를 받은 점 ▲A씨 월급도 본사 연봉계약에 의해 결정된 점 등을 근거로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산재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고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회사인 중국 현지법인은 중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별도의 독립된 실체가 있다. 망인은 중국 현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현지법인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았으며, 중국 현지법인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았다”며 “망인이 실질적으로 한국 본사에 소속돼 본사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고, 중국 현지법인의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본사는 A씨가 숨진 후 유족에게 퇴직금 지급 절차 등을 안내했는데, 재판부는 “망인에 대한 배려 및 유족들의 편의 등을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이 실질적으로 본사에 소속돼 본사 지휘에 따라 근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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