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단독] 농협, 농어민 기업 신용보증 10% 축소… 대출 상환 ‘날벼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농협중앙회 전경. /농협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을 통한 농어민 관련 기업 보증의 한도를 일괄적으로 10% 이상 감액하기로 했다. 무리한 보증 공급 확대로 농신보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보증 재원이 부족해지자 기존 보증을 갱신하는 모든 기업의 보증 한도를 깎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보증 한도 감면에 따라 농신보의 건전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의 부담은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농신보의 보증을 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했던 법인들은 줄어든 보증 한도 만큼 대출을 갚거나 신용이나 담보를 추가 제공해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최근 농신보의 법인 갱신 보증 시 보증잔액 10% 이상을 감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 계열사에 전달했다. 기존에는 갱신보증 시 신용위험이 커지는 등 특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보증잔액의 10% 이상을 해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재해 피해라는 예외사유만 제외하고는 모든 기업이 보증을 갱신할 때 보증잔액의 10% 이상이 줄어든다.

단, 농협은 보증을 이용한 기업들의 급격한 상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내년 6월까지 1년간 최초 1회에 한해 보증잔액 감액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 산하의 농신보는 담보가 부족한 농림수산업자 등의 신용을 보증해 농림수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마련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증기관이다. 보증 한도는 개인 15억원, 법인 20억원이다. 농어민과 영농어조합법인은 사업비의 85%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19만7251명, 법인(영농·어조합법인, 농어업회사법인 등) 5797곳이 농신보를 이용하고 있다. 보증 건수는 47만3337건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농신보를 이용한 기업의 대표이사들은 “보증 갱신 시 보증잔액의 10% 이상을 감액하고, 감액하지 않을 시 보증부 대출에 대한 해지 요구 및 갱신보증 거절 등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음을 확약한다”라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하고 있다. 보증한도가 감액된다는 의미는 곧 보증부대출의 규모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증부대출로 10억원을 빌렸다면 내년 6월 갱신 시 한도가 줄어들며 기업은 10%에 해당하는 최소 1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기업들은 농협의 이번 조치에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농신보를 이용한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농신보가 일방적으로 보증 감액을 통보하면서 내년 6월부터 당장 10%씩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데 엄청난 부담이다”라며 “농신보 자금 자체가 농업법인, 영농조합법인 등 영세한 기업에도 나가는데 상환을 1년 유예해 준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보증기관 역시 농협의 이러한 결정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평가한다. 한 보증기관 관계자는 “통상 보증 갱신 시 심사를 통해 연체 등의 지표를 통해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보증 한도를 줄이는 경우는 있지만, 모든 기업에 대해 보증을 줄여버리는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했다.

농협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농신보의 건전성 개선과 보증 재원 확보를 위해서다. 농신보의 보증잔액은 지난해 17조591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불과 5년 전인 2018년(14조8906억원)보다 3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농신보의 운용배수 역시 16.84배로 적정 운용배수(12.5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운용배수가 적정 수준을 초과했다는 것은 재원에 비해 과도한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미로, 부실 발생 시 기금의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농협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사항에서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조치하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부실기업만 보증을 회수하면 형평성이 어긋나 (일괄 보증 감액) 조치를 하게 됐다”라며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 수치로 정해진 부분이 아니어서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농신보가 한정된 자금으로 지원을 해야 하니 다른 보증기관처럼 일부를 상환하고 이를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