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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美 국무부 당국자 “북·러 모두 겨냥한 추가 제재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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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청사에서 본지 단독 인터뷰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중국산 수산물을 한국이 4000t 넘게 수입·유통<본지 25일자 A1·12면>해왔다는 보도에 대해 미 행정부가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북한 노동자들이 번 외화가 김정은 북한 정권의 핵(核)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안보리)는 제3국 기업의 북한 주민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중·러 등과 밀착하면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망이 지속적으로 느슨해지는 상황에서 한국까지 제재 위반을 방조하는 상황을 미 정부는 특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환영공연'이 전날 평양체육관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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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의 업체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건 분명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또한 북·중의 제재 위반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북핵 위협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한국이 자국 업체들의 제재 위반을 내버려둬선 안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본지 보도로 북한 주민들을 불법으로 고용했다고 확인된 중국 수산물 회사가 한국으로 수출한 수산물 규모가 수천t이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 정부도 이들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밟아야 한다고 보나.

“북한의 유엔 안보리 위반에 대해 국제 사회는 보조를 맞춰야 하고 이에 대해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노동자 고용은 분명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과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은 중국과 북한의 제재 위반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9일) 방북 이후 어떤 점이 특히 우려됐나.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매우 우려스럽다. 여러 이유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 정부는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많은 조치를 취해왔고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와 동맹국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예정이다. 푸틴이 평양을 방문한 전후에도 이러한 미국의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굳건한 동맹국들과 함께할 예정이고, 한국 등 동맹국과의 관계는 철통 같다.”

조선일보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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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북 이후 한국 정부와의 소통은.

“우리의 우방국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같은 우려를 갖고 있는 일본, 유럽 동맹국 및 동료들과 이러한 모든 문제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과거에는 주로 동북아시아 내부의 문제로 간주됐던 게 사실이다. 북한의 가장 공격적인 행동의 대부분은 한국을 향하거나 일부는 일본이나 미국을 향하는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전이(轉移)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한 무기 판매를 하고 있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사이버 해킹을 하고 있다. 이제 북한 문제는 글로벌 차원의 해결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왔다.” (그만큼 미 행정부 정책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비중이 더 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러시아의 대북 기술 전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러시아는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했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국가로서의 의무에서 벗어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러시아가 북한의 도움을 구애(求愛)해야 할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미국은 어떤 측면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러·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모든 일을 할 예정이다.”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이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나.

“(북·러 밀착으로) 중국만큼 압박을 느끼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도록 국제 사회를 유도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특히 상당한 고위급 수준에서 중국에 (책임이 있음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국의 책임을 촉구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실제로 첨단 군사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조짐을 보이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미국이 취할 구체적인 정책적 대응을 미리 말할 순 없다. 다만 한국·일본·유럽 등과의 동맹은 철통같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지점에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

-북·러간 추가 협력을 억제하기 위해 새로운 제재나 기타 경제 조치가 논의되고 있나.

“우리는 북한을 봉쇄하고 억지하기 위해 새로운 수단과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 문제가 왜 이렇게 악화되었는지, 왜 전 세계로 전이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건 북한이 홀로 벌인 일이 아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 특히 러시아의 묵인 및 도움, 지원을 받아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개발했다. 그래서 북한이 매우 위험한 도발을 감행하는 과정에 북한을 도운 모든 국가·행위자들을 조명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한국·일본과 긴밀히 대화하고 (제재 여부 및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러·북이 더 밀착하면서 한국에선 ‘핵무장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이런 여론에 대해 우려하고 있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억제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작년에 출범시킨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한미가 매우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이뤄진 논의다. 1년만에 한미가 (핵우산 등 확장 억제를 공동 실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인데 엄청난 진전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미국은 한미 양국이 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겠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진전을 이룬 전례가 없다. 이 때문에 비관적으로 보기 보단 낙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싶다.”

-이번 방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러·북이 서방이 통제하지 않는 무역과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푸틴이 북한으로부터 ‘제재 회피’에 대해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것 같다. 북한 만큼 국제 사회 제재 회피에 능한 국가는 없다. 이번 경우에는 김정은이 ‘책임자’, 푸틴이 ‘학생’일 수도 있겠다. 러시아가 이 정도로 북한에 매달리는 건 그만큼 어처구니없고 끔찍한 행동(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세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서로 뭉치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러·북은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우회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회피 행동을 공개하고 이를 막으려 노력하는 것 뿐이다.”

조선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금수산영빈관 정원구역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친교를 두터이 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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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부장관이 최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외에서 3국이 일종의 사무국 같은 기구를 만들기 위해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전히 매우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사안이며, 한국 및 일본 동료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력하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3국 공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의미 있고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다. 아직 사무국이 될지, 혹은 다른 어떤 형태가 될지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목적은 분명하다. 3국간 경제, 외교, 군사, 에너지 협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전정부 단계에서 3국이 긴밀히 안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미 대통령 별장)에서 열린 3국 회담에서 나온 수많은 결과물들을 가능한 한 최대한의 범위에서 추적하고 이행하기 위함이다.”

-북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미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서 나오고 있다. 정박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라 랩 후퍼 백악관 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도 같은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하고 ‘군축’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는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요구를 포기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는 한반도에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다른 중요한 고려 사항에 대해서도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이 표현 때문에 중간 조치 같은) 표현도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우리도 의지가 있다는 것이지, 도발적인 행동을 억제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늦춰진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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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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