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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참담한 외국인 노동자 희생··· 보호 정책 방치도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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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화재 현장에서 소방 및 경찰이 현장수색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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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로 드러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재 원인과 배터리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 정책 또한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어제까지 화성 참사 희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한국인이 5명, 중국인이 17명, 라오스인이 1명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희생됐다. 리튬전지 완제품을 포장하고 검수하는 일을 했으며 대부분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은 외국인이면서 일용직이라서 공장 구조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낮은 출산율로 고통 받아 온 한국은 점점 더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유명하지만 오랫동안 화재를 비롯한 인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정부를 겨냥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고위험 사업장에 파견·일용직 고용으로 위험도가 더욱 높은 가운데, 안전교육이나 최소한의 대피 방법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이중삼중의 구조에서 20명의 이주노동자가 희생된 것”이라며 “위험한 업무에 최소한의 교육도 없이 이주노동자로 물량 빼내기에만 혈안이 되는 사업주, 매년 백여 명씩 이주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대책 없이 방치한 정부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에 이어, 이주노동자에게 위험한 일을 맡기는 ‘위험의 이주화’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은 틀리지 않다. 정부는 한 해 16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E-9 비자)를 들여오면서도, 이들의 상담을 지원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폐쇄를 추진하는 등 거꾸로 가는 정책을 폈다. 이번 참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배터리 안전관리 정책의 부재에 있지만, 이주노동자에게 더 적극적인 안전 교육을 지원하고 관리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 설비나 매뉴얼 강화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며, 여기에 투입하는 예산과 인력을 아까워한다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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