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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인터넷銀, 외환서비스 시장 진출… 평생 무료 환전에 달러 선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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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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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도 평생 무료 환전수수료 상품을 내놓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외환서비스 시장 진출이 본격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양적 성장을 통해 외환서비스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외환서비스인 달러박스를 공개했다. 달러박스는 달러를 보유할 수 있는 온라인 지갑으로 만 19세 이상 고객이라면 1인당 1개 보유할 수 있다. 최대한도는 1만달러로 하루 최대 입금액과 출금액은 각각 5000달러와 1만달러다. 달러박스에 달러를 입금하거나 원화로 출금할 때 수수료는 무료다.

달러박스는 달러를 송금하고 해외 지불결제 전문 핀테크 업체인 트래블월렛과 제휴를 맺었다는 점에서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다. 고객은 카카오톡 친구에게 별도 계좌번호 없이도 달러를 송금할 수 있다. 달러 선물은 하루 최대 500달러, 한 달 최대 5000달러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은 달러박스 내 트래블월렛 충전하기 페이지에서 70여개국 통화 종류와 금액을 충전할 수 있다. 충전된 통화는 트래블월렛 카드로 결제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수수료 없이 출금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1월 환전수수료 평생 무료를 전면에 내세우며 외환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국내를 넘어 세계 최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전 세계 17개 통화를 24시간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기존 토스뱅크 체크카드를 그대로 활용한다. 해외 오프라인 매장 결제나 각국 ATM 입출금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무료다. 자동환전 기능도 더했다. 부족한 돈 자동환전 기능을 켜두면 외화통장에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원화 통장에서 결제나 출금할 때 실시간으로 환전을 무료로 해준다.

토스뱅크의 외화통장은 출시 105일만인 지난 8일 계좌 수 100만좌를 돌파했다. 출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누적 환전 거래량은 5조8000억원에 이른다. 토스뱅크의 파격적인 승부수 이후 시중은행도 잇달아 외화 무료환전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환전수수료가 무료인 트래블카드를 내놓으며 무료 환전이 은행권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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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보현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서비스오너(SO),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거래 프로덕트오너(PO).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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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무료 환전수수료를 선언한 데는 시장진입 과정에서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다.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경쟁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야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해외로 나간 여행객은 742만5000명으 2019년 1분기(786만4000명) 수준으로 회복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급격히 감소했다가 지난해부터 회복세가 본격화된 것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무료 환전수수료 서비스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권은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때는 매매기준율보다 높은 환율을 적용했고 외화를 원화로 바꿀 때는 이보다 낮은 환율을 적용해 그 차액만큼을 환전수수료로 가져갔으나 이 수익을 포기한 것이다. 또 해외결제 수수료가 무료인 점도 손실이다. 통상 해외에서 국내 카드를 사용하면 지급 대금의 1~1.3%를 국제 브랜드 수수료로 내야 한다. 해외 카드사 결제망을 이용한 대가로 고객과 카드사가 마스터나 비자에 지불하는 것인데 이 역시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업체가 자체적으로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역마진이 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토스뱅크의 경우 주요 외환 공급자인 외국계 대형 은행 4~5곳과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연동으로 조달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API 연동을 통해 고객이 환전할 때마다 최대한 저렴하게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외화송금과 달러박스에 모인 달러들을 운용해 수익구조를 가져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은 무료 환전수수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외환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고객을 모아 양적 성장을 이룬 후 외화서비스 사업을 확장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증권계좌 연계나 해외송금 서비스 등을 통한 사업 확장으로 비이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무료 환전 서비스를 트래블카드를 통한 여행에 초점을 둔 시중은행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무료 환전 서비스는 단순 여행 상품이 아니라 외환서비스 사업을 위한 것”이라며 “해외 주식, 환테크로 넓혀 양적 성장을 통한 수익 창출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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