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퇴진 위기' 수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퇴진을 결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26일 현지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스가 전 총리는 이날 발매된 월간지 '하나다' 최신호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언급하며 기시다 총리 책임론을 거론했다.

무파벌인 스가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가 파벌을 해소한 것을 평가하지만, (파벌 해산을) 하려면 모든 파벌을 한 번에 해소했어야 했다"며 "아울러 기시다 총리도 각 파벌과 같은 처분을 자신에게 가하는 책임을 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신이 이끌던 기시다파를 해산했으나, 다른 파벌의 해체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이에 당내에서는 아소 다로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가 유일하게 정책집단 형태로 남게 됐다.

아울러 자민당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일부 의원을 대상으로 '탈당 권고' 등 중징계를 내렸지만, 기시다 총리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스가 전 총리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해 "자민당을 덮은 좋지 않은 분위기를 불식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자민당에는 젊고 우수한 인재가 적지 않기에 그러한 사람들이 확실히 정책을 논의하면 저절로 의욕 있는 젊은이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그는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에 대해서도 "자민당으로서는 혹독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정권 교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스가 전 총리는 지난 23일 공개된 잡지사 '문예춘추' 온라인 프로그램에서도 비자금 사건 이후 정치 불신 요인으로 기시다 총리 책임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대로는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당 쇄신을 이해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당시 스가 전 총리 발언에 대해 '기시다 총리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 전임자인 스가 전 총리는 기시다 정권에서 비주류 핵심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누구를 지원할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유력 인사와 잇따라 만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르면 29일 야마나시현 방문을 시작으로 지방을 순회하며 지역 간부 및 지방의원과 면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자민당 총재 재선을 겨냥해 당원 표심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자민당은 국회의원과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투표로 총재를 뽑는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약점이었던 당원 지지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려 한다"고 짚었다.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이후 반년 넘게 10∼20%대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는 기시다 총리는 차기 총재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의사를 아직 명확하게 표명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서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3년 전 스가 전 총리처럼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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