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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솔라나 현물 ETF 기대감 크지만 유동성·거래안정성 확보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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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리 야코벤코 솔라나 공동 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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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의 시장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다음 현물 ETF 타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알트코인 대장인 이더리움의 현물 ETF 상품 출시가 사실상 확정된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진입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의미하는데, 또 다른 알트코인들마저 현물 ETF 출시를 이뤄낸다면 코인 시장의 위상은 ‘진일보’ 그 이상의 의미를 거두게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 이상 가상자산의 금융 제도권 진입이 뉴스가 되지 않는, 공신력이 있는 투자 상품의 반열에 확실히 올랐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다음으로 현물 ETF 상품 출시 가능성이 높은 알트코인 찾기에 나서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솔라나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솔라나는 이더리움의 레이어1 프로젝트로 출발한 코인이다. 블록체인에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을 도입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의 확장성에 크게 기여했지만, 높은 전송 비용(가스비)과 느린 거래 속도 등 두루 쓰이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더리움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계속 노력하지만 여러 해 동안 명확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더리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 프로젝트들이 쏟아졌고, 솔라나는 그중에서도 실력을 뽐내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솔라나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처리 속도다. 블록체인 기술의 범용성과 관련해 가장 큰 걸림돌이 ‘속도’인데 솔라나는 이 부분에서 앞서 있다.

실제 암호화폐 데이터 집계 플랫폼인 코인게코가 지난 4월 16일 TVL(총예치금액) 기준 상위 30개 블록체인들의 처리 속도를 측정한 결과, 솔라나의 경우 초당 거래량이(TPS)이 1053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의 초당 처리 속도는 22.7건에 그쳤다. 이더리움 대비 솔라나의 TPS는 46배나 높은 수치다.

솔라나 기반 USDC를 가맹점-은행 간 결제 프로세스로 이용하고 있는 비자는 지난해 9월 “솔라나의 TPS는 평균 400건, 최대 2000건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앞선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솔라나를 활용하는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론적으로도 솔라나의 TPS는 기존 블록체인 중 가장 빠른 최대 6만5000회로 알려져 있다.

이더리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섰던 솔라나지만, ‘속도’를 앞세운 영역 확장에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호응을 하면서 자체 생태계까지 커진 상황. 아직 알트코인 대장인 이더리움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이더리움의 제1 대항마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올해는 솔라나 밈코인도 등장했다.

회복 탄력성도 다른 가상자산들에 비해 좋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솔라나는 FTX 파산 당시 가격이 폭락하며 그저 그런 코인으로 전락할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보란듯이 예전의 위상을 회복한 상태다. 업비트 기준 30만원을 넘었던 솔라나 가격은 FTX 사태 이후 1만원대까지 폭락했다가 현재 2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은 620억달러 수준으로 암호화폐 전체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 코인 프로젝트의 시장 평가 척도를 보여주는 TVL은 현재 6조원이 넘는다.

현재 솔라나 등 알트코인들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 가장 큰 핵심은 증권성 여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부분인데, SEC는 솔라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알트코인들이 증권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이슈가 중요한 것은 SEC의 이 같은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ETF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상품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현물 ETF 출시가 가능했다. 이더리움도 증권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증권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스테이킹’을 제외하면서 이를 비켜갔다. 스테이킹이란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 예치하고 이를 블록체인 검증에 사용케 하는 대가로 보상을 주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SEC는 여기에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EC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당시 신청 기관들에 스테이킹 관련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고, 기관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상 첫 알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가능해졌다.

대부분의 알트코인들이 스테이킹 서비스를 블록체인상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SEC가 만일 또 다른 알트코인들의 현물 ETF 출시와 관련된 작업을 진행할 시 이더리움 케이스를 적용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더리움에 비해 덩치가 작은 알트코인들에 이를 적용해줄 경우 야기될 문제점들에 대해 SEC가 아직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트코인들의 거래 투명성 여부도 해결해야 될 숙제다. 이는 특정 세력이 가격을 조작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지는데, 비트코인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 증권 당국이 2013년 처음으로 신청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그동안 계속 승인 거부를 해왔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비트코인 가격의 왜곡 가능성이었다. 지난해 SEC가 전격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한 것은 그만큼 시장이 성숙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여전히 시세 조종이 판치는 가장자산 시장에서 이더리움 아랫단계의 알트코인들의 경우 더욱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함은 당연한 것이다. 솔라나도 예외는 아니다.

암호화폐 ETF 리서치 업체 베타파이의 편집장인 라라 크리거는 “솔라나가 현물 ETF를 뒷받침할 만큼 시장이 크고 투명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솔라나도 선물 ETF 출시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현물 ETF 신청 전 선물 ETF가 출시됐다. 선물 거래를 통해 두 가상자산의 가격 안정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 것도 SEC의 현물 ETF 승인에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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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상장 심사요청서(19B-4)를 승인하면서 상장을 사실상 허용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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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마로코 시카고옵션거래소 상장 책임자는 솔라나 현물 ETF 출시 가능성과 관련해 “이런 상품이 출시되려면 선물 ETF가 먼저 나오거나 규제 명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솔라나 현물 ETF의 내년 출시에 대한 기대’는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직 선물 시장에도 상장을 하지 못한 솔라나를 대상으로 기관들이 현물 ETF 상품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주요 기관투자자 중 SEC에 공식적으로 솔라나 현물 ETF 승인을 위한 신청서를 넣은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솔라나의 선물 시장 진입도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물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예상되는 것은 솔라나의 유동성이 기관들이 진입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말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솔라나 선물 펀드의 상장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솔라나 자체의 문제도 있다. 잦은 네트워크 중단으로 인한 불안정성이다. 횟수는 줄고 있지만 솔라나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솔라나 기반 밈코인 트랜잭션이 늘면서 네트워크 혼잡 문제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솔라나는 메인넷 업그레이드 작업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올해 말로 예정된 미 대선이 예기치 않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친암호화폐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여기에 힘을 더한다. SEC가 이더리움의 증권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승인 절차에 돌입한 것은 미 대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이자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 프랭클린템플턴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솔라나 등 알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 탈중앙화금융(디파이)과 밈코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모든 활동에서 솔라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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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월 14일 플로리다 유세 연설에서 가상자산 그리고 비트코인의 미래가 미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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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나와 함께 리플도 다음 현물 ETF 타자로 거론되고는 있다. 하지만 리플의 경우 현재 SEC와 증권성 문제를 두고 직접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SEC가 이더리움의 뒤를 잇는 현물 ETF 출시 코인으로 삼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SEC와 리플은 2020년부터 소송을 벌이고 있다. SEC는 리플이 증권성 코인에 해당된다며 리플의 발행사인 리플랩스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고, 리플랩스는 이를 반박하며 SEC를 상대로 맞소송을 건 상태다. 미국 뉴욕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SEC는 즉각 항소했고 양측은 지금껏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내년 리플 현물 ETF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현물 ETF 출시에도 반응 없는 이더리움
최근 변동성이 확연히 줄어든 가상자산 시장에서 화제는 정체된 이더리움 가격이다.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현물 ETF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올해 여름 안에 이더리움 현물 ETF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사실상 승인시기까지 특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기 짝이 없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실제 현물 ETF 상품 출시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트코인의 경우를 보면 SEC가 현물 ETF를 승인한 후 2달 정도 뒤에 기관들이 관련 상품을 출시했고, 이후 비트코인으로 유동성이 몰려들며 시세를 자극했다.

이더리움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고, 겐슬러 위원장의 여름 승인 언급은 시장에 호재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 이더리움의 방향성은 오히려 아래로 향하고 있다. 500만원대를 유지하던 가격까지 깨졌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전문가는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이 살아나야 전체 분위기가 바뀐다”면서 “공급이 한정돼 있는 비트코인의 경우 자본이 풍부한 기관들의 매수가 있으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로 연결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은 무한 발행이라 기관들의 매수 랠리가 이어진다고 해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비트코인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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