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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볼리비아 군부 '쿠데타 시도', 시민 반발에 3시간 만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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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합참의장 "무너진 조국 되찾겠다" 주장
군 이끌고 대통령궁 무력 진입했다가 회군
시민 강한 반발, 정부 등 강경 대응 '한몫'
한국일보

볼리비아 군부가 쿠데타를 시도한 26일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이 수도 라파스의 무리요광장에 있는 대통령궁 앞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다. 라파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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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볼리비아의 군부가 26일(현지시간)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가 3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시민들의 강한 반발에 '쿠데타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볼리비아군 일부 장병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수도 라파스 무리요광장에 집결했다. 무리요광장 앞에는 대통령궁(정부청사)과 국회 등이 있다. 합참의장이었던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주도하에 볼리비아군은 시민 통행을 일부 통제하고, 장갑차로 청사 건물 입구를 부쉈다. 광장에 몰려온 시민들을 해산하기 위해 군은 최루가스를 쓰기도 했다.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밖 현지 취재진에 "수년 동안 소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일부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규정에서 벗어난 군대 배치가 이뤄졌다"며 "민주주의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X에 "쿠데타가 발생 중"이라고 썼다.

군이 발길을 돌리기까지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령궁 안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이런 불복종을 용납할 수 없으니 철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두 사람 주변에 몰렸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수니가 장군에게 "그만 물러나라, 이래선 안 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 모습은 현지 방송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짧은 만남 후 아르세 대통령은 곧바로 각료들과 함께 연 별도의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군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와 내각 구성원은 이곳에 굳건히 서 있다"고 역설했다. 군 지휘부 3명도 즉각 교체했다.

대법원, 경찰과 소방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도 잇따라 군을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리요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호세 윌슨 산체스 신임 합참의장의 '수도 집결 장병 부대 복귀 명령'까지 나온 가운데 볼리비아군은 결국 이날 오후 6시 조금 못 미치는 시간에 철군했다. AP는 목격자 진술을 인용해 군 장병들이 광장을 떠나는 모습을 전했다.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 시도 혐의로 체포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쯤 대통령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고, 시민들은 대통령 지지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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