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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것은 여성들의 피”… 붉은 페인트 범벅된 로마 스페인 광장,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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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 페인트로 붉게 물든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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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관광지인 ‘스페인 광장’ 계단이 붉게 물들었다. 인권단체가 여성을 노린 폭력을 멈출 것을 요구하며 붉은 페인트를 쏟아붓는 시위를 벌이면서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권단체 ‘모두 불태우자’(Bruciamo Tutto)는 이날 오전 10시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붉은 페인트를 쏟아붓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시위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이것은 그들의 피”라며 “남편이나 연인, 아들의 손에 죽는 것이 마치 별일이 아닌 듯 사회에서는 여성을 노린 학살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시위대를 즉시 해산시키고 일부를 구금했다.

계단에 남은 붉은 페인트는 신속하게 닦아내 당장 드러난 손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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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붉은 페인트를 뿌리던 활동가가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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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페인트를 손에 묻힌 뒤 손자국을 남기고 있는 활동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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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이 계단에 붉은 페인트를 들이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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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는 시위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직접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이를 보면, 활동가들은 스페인 광장 계단 위에서부터 붉은 페인트를 뿌리며 내려왔다. 계단은 온통 붉게 물들었고, 일부 활동가는 손에 페인트를 묻힌 뒤 손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주변에는 이 모습을 구경하는 인파가 몰렸다. 한 활동가가 시위에 앞서 비명을 질러 시선을 모으는 장면도 포착됐다.

단체는 작년 11월 대학생이던 줄리아 체케틴(당시 22살)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던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줄리아 체케틴 여성 살해 사건부터 남편이나 연인, 아들로부터 살해된 40명의 피해자를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는 당국에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은유적으로 비명을 지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체케틴 살해 사건은 현지에서 대표적인 페미사이드로 여겨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체케틴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고, 장례식에는 1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장례식이 전국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당시 유가족은 “끔찍한 폭력의 재앙을 종식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에서 살해된 여성은 118명에 이르는데, 이 중 96명은 가족이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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