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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공사비 10조’ 가덕도신공항 공사, 건설업계가 손사래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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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만 10조원대에 달하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 건설사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두 차례 유찰됐다. 항만공사와 공항공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고난이도 공사인 데다 5년이라는 촉박한 공기, 적은 예산이 책정돼 수지 타산이 맞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선비즈

2023년 6월 2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2차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본계획 용역 중간검토 결과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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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두 번째 시공사 사전적격성심사(PQ)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앞서 지난 5일 첫 번째 입찰이 무응찰로 유찰된 데 이어 두 번째도 경쟁 입찰 실패로 또 유찰된 것이다.

두 번째 입찰에는 현대건설이 컨소시엄 대표 주관사를 맡아 지분 33%를 보유했고, 대우건설은 24%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또 HL D&I한라,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KCC건설, 쌍용건설, 한양, 효성중공업이 각 4% 지분으로 컨소시엄에 들어왔다. 지역 건설사로는 부산과 경남에서 총 14개 사가 동참했는데 전체 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육지와 해상에 들어서는 국제공항을 짓는 프로젝트다. 현재 건설사업자를 선정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는 설계·시공 일괄 진행(턴키) 방식으로 이뤄지며 공사비 규모는 10조5000억원이다.

666만9000㎡ 규모 활주로를 비롯해 여객·화물터미널, 공항 접근 도로·철도 건설 및 물류·상업 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3조5000억원 규모이며 국토부는 오는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 차례나 10조5000억원 규모 공사가 유찰을 빚은 데는 촉박한 공사 기간과 낮은 설계‧공사비 책정, 인력 수급의 한계 등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당초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2030년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개항을 2029년 12월로 예정보다 일정이 5년 당겨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천 영종도에 갯벌과 섬을 메워 지은 인천국제공항도 1단계 공사에만 10년이 걸렸다”며 “아무리 영종도에 비해 육지가 조금 더 많다고 해서 당초 10년 계획했던 공사를 5년으로 줄여버리면 건설사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되는데 결국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가고 하자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로 5년 만에 바다를 메워 공항을 뚝딱 지으라는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고 건설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며 “건설 경기도 좋지 않고 엑스포도 물 건너간 마당에 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버리면 건설사들이 외면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현대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도 국토부 압박에 눈치가 보여 일단 PQ 서류만 넣은 것으로 안다”며 “현 상태로 가덕도 신공항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입찰에 들어가는 건설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책정한 설계비와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평가도 많았다. 국토부는 설계비로 공항분야 520억원, 항만 297억원 등 총 817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설계에 필요한 적정비용은 총 1800억원 수준으로 국토부가 제시한 설계비는 이보다 1000억원 가까이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프라분야 기술사는 “토목공사비만 기본 계획 설계 당시 책정한 것보다 40% 이상 올라갔다”며 “전체 규모가 10조5000억원이라고 해서 커보일지 몰라도 평지가 아니고 바다를 메워서 비행기가 안착할 수 있도록 튼튼한 부지를 5년 안에 만들고 지반 침하를 대비해야 하는 등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것에 비해 공사비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설계사 임원도 “바다를 메워서 활주로를 만들고 신호, 통신, 보안 등 정밀성을 요구하는 공항시스템을 조성하려면 설계비만 해도 공항이 1500억원, 항만은 300억원으로 국토부가 책정한 것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더 들어간다”며 “기상이나 여건도 고려해야 하고 지반 침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여러 신진 공법을 활용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한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기간은 각각 5개월로 10개월 만에 설계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서 10대 건설사 가운데 2곳만 공동도급 즉 컨소시엄을 이룰 수 있도록 제한해 둔 것도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10조5000억원짜리 사업에서 공사비 원가 상승으로 5%만 손해를 본다고 가정해도 5000억원 이상 손해를 보는 건데 두 건설사가 이를 분담하더라도 2500억원씩 마이너스가 난다”며 “건설사들이 가뜩이나 긴축 경영에 사업성이 있는 공사도 신중하게 들어가는 상황인데 가덕도 신공항 같은 고난이도에 공기가 촉박한 사업에 용기있게 참여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10대 건설사에서 두 곳이 뭉친다고 해도 항만, 공항 공사 전문인력은 최소 수백명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인력을 조달하기 힘들다”며 “만약 인력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가덕도 신공항 공사 이후에 해당 인력을 활용할 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만 손해를 봐도 건설사 2곳이 각각 수천억원 손해를 볼 수 있고 인력 수급도 어려운데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도록 컨소시엄 구성 요건을 완화해줘야 한다”며 “지금 이 조건으로는 가덕도 신공항 단 한 현장 때문에 삐끗하면 건설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현재 세 가지 선택지를 들고 고민하고 있다. 같은 조건으로 세 번째 입찰을 공고하거나 조건을 변경해 새로운 공고를 낼 수 있다. 또 공사 진행을 원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국토부 내부에서 대규모 사업을 경쟁 없이 단일 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은 특혜 논란 때문에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가덕도 신공항 건립추진단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할 건지, 신규 공고를 다시할 건지, 같은 조건으로 재공고를 할 건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세가지 방안 가운데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윤 기자(jy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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