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4대그룹, 한경협 회비 납부 고심…"삼성 움직임 보고 판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류진 회장 "주요 그룹 회비 다 낼 것이니 서두르지 않아"

삼성은 "신중히 검토하고 있어"…이르면 연내 납부 전망

아시아투데이

2023년 12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 현안 대응 임원 협의회' 출범 회의에 참석한 류진(앞줄 왼쪽 여섯 번째)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이충재 기자 =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액션을 취할 것"이라며 '맏형'인 삼성의 결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경협은 4대 그룹의 회비 납부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4대 그룹에 회비 청구서를 보냈고,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을 시작으로 이르면 연내 4대 그룹의 회비 납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재계 서열 1위 기업인 삼성이 먼저 회비를 납부하고 그 뒤에 다른 기업들이 차례로 따라가는 것이 관례적으로 자연스러운 모양새"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한경협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한경협은 1961년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주도해 단체를 설립할 당시 썼던 명칭으로,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꿔 재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오다가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쇄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창립 초심을 되새기겠다"며 다시 한경협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롭게 출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깃든 한경협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형식적으로는 삼성의 독립감시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회비 납부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지난 18일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 논의 전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회비 납부에 필요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뜻이다.

◇"4대그룹 회장 모임서 결정"…회비 납부 시간문제
SK, 현대차, LG 등 나머지 그룹도 내부 논의를 거쳐 회비 납부 시점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이 공감대를 형성한 뒤 한경협이 제시한 회비 납부 기한인 올해 연말 전까지 공동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시절 정경유착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한경협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상황이니 4대 그룹이 협조할 것"이라며 "한경협이 글로벌 경영정보 제공과 정책적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 개별 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민간 경제외교 분야에서 구심적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이 별도 모임을 갖고 있는데, 그런 자리에서 한경협 이슈가 자연스럽게 논의되며 뜻을 모으지 않겠나"라며 "전적으로 최고경영진이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4대 그룹의 회비 납부가 이뤄지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명성을 되찾고 '글로벌 싱크탱크형 단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기존 제조업 중심의 회원사 중심에서 IT·플랫폼·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 신산업 기업을 신규 회원사로 받아들여 외연확장에서 나선다는 구상이다.

류진 한경협 회장도 17일 기자들과 만나 "(4대 그룹이) 회비를 다 낼 것이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알아서 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삼성과의 소통 채널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선친들도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던 분들인 만큼 한경협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있어 소통하기가 더욱 편하다"고 했다.

◇부회장단 합류 언제?…분위기 조성되면 '원샷' 가능
4대 그룹이 한경협 부회장단에 언제 가입할지 여부도 재계의 또 다른 관심사다. 한경협은 4대 그룹에 대한 부회장단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4대 그룹이 회부 납부와 동시에 부회장단에 입성하는 '원샷 가입'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주요 그룹 총수들은 한경협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현재 한경협 부회장단은 김승연(한화), 신동빈(롯데), 박정원(두산), 이웅열(코오롱), 김윤(삼양), 김준기(DB), 이장한(종근당), 조원태(한진), 허태수(GS), 조현준(효성) 등 10명의 기업 총수들로 구성돼있다. 여기에 4대 그룹 총수가 합류하면 한경협은 명실상부한 재계 대표 조직으로 거듭나게 된다.

무엇보다 4대 그룹의 부회장단 가입에는 여론의 흐름을 비롯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추락한 조직의 위상을 되찾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매듭 단계에 들어서야 4대 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경협이 미국&#8231;일본 경제단체와 협력을 모색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경제외교 창구로 활발한 활동을 펴는 것이 활로가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삼성의 결정'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4대 그룹 한 임원은 "삼성은 맨 앞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며 "그 역할은 다른 기업이 할 수 없고, '삼성이 해야하는 일' 중에 하나"라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시절에도 삼성이 매출 규모에 따라 가장 많은 회비를 내면서 단체를 이끌었는데, 지금도 그 관성이 남아 있다"며 "삼성이 정무적 판단을 비롯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