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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모든 문제, 불평등서 비롯… 전 세계 도시가 약자와 동행해야” [오늘, 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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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 약자동행 포럼’ 성료

국내외 석학·관료·언론인 등 참석

세계 주요 도시들 활동사례 공유

오세훈 서울시 핵심 시정 가치로

“韓, 청년들 우려 덜어줘야” 조언

오 시장 “불평등·양극화 해소해야”

‘손목닥터9988’ 등 인기정책 소개

향후 약자동행 정책 방향성 묻자

吳 “생활밀착형 소프트웨어 혁신”

“모든 문제는 불평등에서 비롯됩니다.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주거와 치안, 문화, 녹지 같은 도시의 모든 지표가 저해되는데, 결국 정부나 국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깨지고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교수는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열린 ‘2024 서울 약자동행 포럼’에서 이 같이 강조하며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30여년간 인종·문화 분야 연구와 강의를 해온 그는 한류 연구학자로도 유명하다. 리처드 교수는 서울의 여건이 미국·캐나다 도시들보다 좋다며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덴마크 코펜하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와 함께 서울을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한 접근법을 시행 중인 도시”로 꼽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시정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을 지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청년층이 가진 우려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열린 ‘2024 서울 약자동행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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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동행, 같이의 가치를 더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세계 주요 도시의 약자동행 정책과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고자 열렸다. 서울의 약자동행 정책을 배우러 온 ‘시티넷(CityNet)’ 10개 회원도시, 40여명의 시장단 참석도 눈길을 끌었다. 시티넷은 1987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결성됐다.

오 시장은 포럼 개회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약자의 범위와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팍팍한 시민의 삶을 보듬는 동시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자와의 동행이 필수 가치가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래서 서울시는 지난 2년 간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 최우선 가치로 삼고 시정 전 분야에서 다양한 약자동행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을 좌장으로 오 시장과 리처드 교수, 미국 저널리스트 메이 리 로투스미디어하우스 대표의 특별대담이 진행됐다. 1세대 한인여성 언론인인 리 대표는 미국에서 겪은 차별과 극복 과정 등을 공유하며 “도시정부가 다양한 문화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사회적 약자 지원 정책 확대를 통해 (약자가) 생산적인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리처드 교수는 “평범한 시민의 동참이 중요하다”며 “서울이 다른 도시의 팔로워가 아닌, 리더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일보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4 서울 약자동행 포럼’ 특별대담에서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 추진 배경과 성과를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 저널리스트 메이 리 로투스미디어하우스 대표, 오 시장, 샘 리처드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교수.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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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염 총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 최우선 기조로 삼은 배경과 그간의 성과를 묻자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지방정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력은 했지만 운이 없어서, 혹은 좋은 부모를 만나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해서 성공하지 못한 분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라며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경제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 시장은 “취임 초부터 약자와의 동행을 수치화해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약자동행지수’도 만들었다”며 “이 지수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앞으로 3∼4년은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예산을 십수년만에 동결하면서도 약자동행 분야의 예산은 오히려 늘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향후 서울시 약자동행 정책의 방향성 관련 질문에 오 시장은 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긴 시의 ‘손목닥터9988’, ‘국제정원박람회’, ‘기후동행카드’ 등 정책을 거론하며 “조금 어려운 표현으로 정의하면 ‘생활 밀착형 소프트웨어의 혁신’이다. 눈에 확 띄지 않아도 시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동행식당’, ‘온기창고’, ‘희망의 인문학’처럼 작지만 의미 있고, 소소하지만 매우 효율적인 약자와의 동행 정책들이 비로소 많이 론칭됐다”며 남은 임기 동안도 이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염 총장은 서울시의 약자동행 정책 중 특히 ‘서울런’을 언급하며 “이런 것들이 좀 늘어났으면 좋겠다”면서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모든 시스템이 바뀌고, 양극화가 심해졌는데 서울시가 이런 부분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시작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약자를 더 이상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게 중요하다”며 “이제는 서울시민 모두가 동참해서 그런(약자와 동행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서울시는 가장 아름답고 어디에서 보든지 매력 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덕담을 건넸다.

오후에 진행된 포럼 첫 세션에서는 서울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카고, 일본 요코하마 등 국내외 주요 도시들의 약자동행 정책 사례가 공유됐다. 두 번째 세션에선 민간 단체와 활동가들의 ‘현장 중심 약자동행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마지막 세션에선 서울의 약자동행지수를 글로벌 지표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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