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낙태·불법이민 등 현안마다 격돌
“공정한 선거라면 승복” VS “투덜이”
“공정한 선거라면 승복” VS “투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를랜타에서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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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TV토론에서 맞붙었다. 이번 토론은 오는 11월 5일 예정된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진행됐으며, 양측은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2년 넘게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건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에 200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보고 뭐라하는 건 아니지만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수천, 수만명을 죽인 전쟁 범죄자고 소련 제국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를 재건하고 싶어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가져가면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나토 국가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압박하지 않냐’고 묻자 바이든은 “한국·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50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멍청이이자 루저(sucker and loser)”라고도 했다.
경제 문제와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나에게 무엇을 남겨줬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는 추락하는 경제를 넘겨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너무 부실하게 대응해 많은 사람이 죽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를 갖고 있었고 그렇게 잘했던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여유 있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이뤄진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와 불법 입국자 급증 문제를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미군이 혼란스럽게 아프간에서 철수하던 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다. 전세계가 더 이상 미국을 존경하지 않고 제3세계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며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결국 러시아와 하마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어 전쟁이 발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은 전세계 테러리스트들에게 미국의 국경을 개방했다”며 “한심한 정책으로 인해 불법 입국자들이 우리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을 내려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이 40%나 감소했다”고 받아쳤다.
시민들이 바이든·트럼프 토론을 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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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시 2022년 6월 폐기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하겠다고 밝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간이나 불륜, 임신부 보호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낙태를 주(州)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선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선사기 주장을 언급하며 “투덜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에서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선 토론 때는 클린턴의 차분한 공격에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바 있다.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과 막말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어조에 여유가 있었고 자신감에 넘쳤다. 바이든의 공격에 쉽게 흥분하거나 비웃지도 않았다. 평소와 달리 낙태·경제·이민 등의 문제에 대해서 차분한 어조로 자신 입장을 설명했다.
CNN은 이날 토론에 앞서 “트럼프의 최측근들은 ‘이전 토론처럼 화를 내거나 막말하는 모습을 보여선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며 “토론에서 흥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이번 대선 캠페인의 전반적인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는 비교적 절제되고 집중했다. 지난 2020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교훈을 얻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반면 ‘화가 난’ 쪽은 바이든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 중간 중간 트럼프를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노려보거나 얼굴을 찡그렸다. 고개도 여러 번 저었다. 바이든은 말을 수차례 더듬기도 했는데, 이를 들은 트럼프가 “마지막에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과 나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속적인 우려에 직면한 채 이날 토론에 임했다”며 “바이든은 시작하자마자 쉰 목소리를 냈다. 그는 목을 비우려는 듯 잠시 기침을 했다”고 했다. 그의 고령 이슈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어 “바이든은 또 빠르게 말하면서 자주 말을 더듬어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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