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 26일 새벽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비행 초기부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공중 폭발했다고 분석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비행중 폭발 모습. 합동참모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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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지난 26일 실패한 발사에 대해 다탄두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한·미는 이번 비행이 초기부터 실패한 사례라고 분석하고 평가했다”며 “다탄두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오전 5시 30분쯤 동해상으로 극초음속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추정 미사일을 쐈지만, 공중폭발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튿날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꼽히는 다탄두(MIRV)와 이를 유도하는 후추진체(PBV) 기술을 처음 시험해 성공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었다. 해당 기술은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핵탄두 또는 위장용 탄두를 실어 목표물 근처까지 보낸 뒤 탄두들을 분리·비행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 중 하나라도 막지 못하면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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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합참은 이날 전방 부대에서 운영하는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제시하며 북한의 거짓말을 조목조목 입증했다. 미사일이 솟구치는 단계부터 중심을 잃고 빙글빙글 돌더니 수십 개 조각으로 파편이 튀는 모습이 찍혔다.
정상적인 다탄두 미사일 발사라면 초기단계에서 일직선으로 비행한 뒤 탄두가 깔끔하게 분리돼 후추진체가 작동해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공중폭발이라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고체 추진 연료 불량으로 연소 단계에서 일정한 추력이 나오지 않아 미사일이 중심을 잃고 실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27일) 이미 군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정례브리핑 등을 통해 구두로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염 모양은 고체연료이지만, 미사일 동체는 액체연료 기반 ICBM인 ‘화성-17형’의 모습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진 조작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이 거대한 탄두부 형상을 지닌 화성-17형을 다탄두로 위장하기에 적절한 무기체계로 보고 급히 합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그럼에도 이날 합참이 재차 영상으로 반박에 나선 건 일각에서 다탄두, 또는 이와 비슷한 시도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불필요한 안보 불안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상까지 공개하며 다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이번 북한 미사일이 실제로는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일 김정은 참관 하에 '화성포-16나'형으로 이름 붙인 해당 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후 추가 시험발사로 해당 미사일의 신뢰성을 높이려다 사고가 발생해 ‘다탄두 시나리오’를 짠 것 아니냐는 의미다.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 파편이 초반에 터져 내륙에 떨어졌다면 주민들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공적인 시험이었다고 주장해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궤적은 서해에서 민간 장비로도 관측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북한은 다탄두 시험 성공을 주장하면서도 공중폭발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다탄두 시험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이 초반에 폭발해 충분한 분석을 하는 데 제한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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