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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란 대선 투표 밤 12시 넘겨 끝나…2시간씩 무려 3번 ‘시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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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란 대선이 벌어진 28일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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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에서 8시, 다시 10시, 그리고 또 12시까지.

이란 전역에서 28일 벌어진 대통령 선거 투표가 종료 시간이 무려 3번이나 연장되면서 자정까지 치러졌다. 이란 내무부는 이날 중앙선거본부 고시 23호와 24호, 25호를 통해 각각 2시간씩 투표 시간을 연장했다. 이에 따라 당초 10시간이 될 예정이었던 투표 시간은 16시간이 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보궐 선거다.

실제 투표는 그러나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계속됐다.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밤 12시(한국시간 29일 오전 5시30분)가 되면서 투표소의 문이 닫히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줄을 서 있다”며 “투표소 안에 입장한 이들까지는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표는 투표소에 더 이상 유권자가 없는 선거구부터 차례차례 시작됐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이르면 29일 정오(한국시간 29일 오후 5시30분) 전에 개표 결과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 4명의 후보가 나온 가운데, 의사 출신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전 보건장관(개혁파)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강경보수), 사이드 잘릴리 전 이란 핵협상 대표(강경보수)의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 26일 테헤란 대학교의 여론 조사에서 각각 32.9%와 23.3%, 26.8%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란은 선거에서 출구 조사를 허용하지 않아 투표 직후 당선자를 예측할 수 없다. 만약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7월 5일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 2명을 놓고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이란 선거법에는 총선 및 대선의 투표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저녁 6시로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그러나 이 시간에 맞춰 투표가 끝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선거법상) 12시까지 연장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도 투표 시간은 결국 자정까지 늘어났고,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2021년 대선 때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투표가 이뤄졌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는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의 정체(政體)가 왕정에서 ‘이슬람 공화국’으로 전환된 이후 자리 잡기 시작한 이란 특유의 선거 문화다. 초기에는 열악한 투표소 사정과 행정적 실수를 감안해 충분한 투표 시간을 보장하려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에 전시 상황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투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높은 투표율을 이슬람 공화국의 민주적 정당성으로 삼으려는 이란 신정 체제의 의도도 있었다.

한 번 자리 잡은 관행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1990년대 들어 강경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대립이 커지고,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투표율 경쟁이 벌어졌고 투표 시간 연장은 계속됐다. 당시 이란은 보수적 사회 구조에 대한 여성과 젊은층의 반발이 커지는 한편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알리 하메네이의 보수파와 1997년 대통령이 된 모하마드 하타미를 필두로 한 개혁파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여러 논란도 야기됐다. 2005년 1차 투표에서 개혁파의 득표율이 57%에 달했음에도 2차 투표에서 강경보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62%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되자 “투표 시간이 짧았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그는 2009년 대선에서도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63%의 득표율로 재선을 확정지었다. 부정 선거 논란이 크게 일었고, 정부가 결과 조작을 위해 의도적으로 투표 시간을 연장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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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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