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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美 관계 개선" 개혁파, 이란 대선 승리···반전 이끈 페제시키안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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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온건 개혁파···"서방 관계 개선할 것"

억압된 분위기 눌린 젊은층 개혁파에 몰표 분석

결선 투표에 보수층 결집할 수도···"속단 일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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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전 이란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보궐선거가 28일(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개혁 진영의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대반전을 일으켰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에 충성하는 보수 강경파 후보가 손쉽게 당선되리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29일 이란 내무부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의 개표가 잠정 완료된 가운데 4명의 후보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42%의 득표율을 차지해 깜짝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세 명의 보수 후보 중 가장 강경한 후보이자 정권의 실세인 핵협상가 사이드 잘릴리가 38%의 득표율을 차지했다.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 후보는 338만여 표(13.8%)를 얻는데 그쳤다. 내무부는 페제시키안이 940만여 표를 획득한 잘릴리보다 100만 표 이상 앞섰지만 2500만 건의 투표가 이뤄진 가운데 두 후보 모두 당선에 필요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5일 페제시키안과 잘릴리의 결선 투표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란은 전체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는 경우 첫 금요일 상위 두 후보 간의 결선 투표를 진행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게 한다. 이란에서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건 2005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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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9세인 페제시키안은 1954년 이란 북서부 마하바드 지방에서 아제르바이젠계 부친과 쿠르드계 어머니 등 소수민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페제시키안은 1997년 심장외과 전문의라는 의사 경력을 발판삼아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1994년 자신이 졸업한 타브리즈 의대 총장에 취임해 5년간 재임한 이력을 토대로 2001~2005년 보건장관까지 지냈다. 2008년 총선을 시작으로 내리 5선을 한 의원이기도 하다. 다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은 아니어서 대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 6명 가운데 유일한 개혁파로 그를 뽑자 ‘구색 갖추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서 뜻밖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란 강경 보수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다. 단 한 명의 개혁 후보로 표가 쏠린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저조했는데,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꼽혔던 라이시 전 정권과 그를 이을 보수 정권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실제로 하메네이는 이날 개표가 끝난 후 “높은 투표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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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전 대통령 집권 후 짙어진 경제난과 사회적 제약, 서방과의 고립 등으로 정권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 층이 늘어났던 것도 개혁 지지자들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페제시키안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이란과 서방 간의 핵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특히 여성 히잡 의무화에 대한 보다 완화된 입장을 포함해 사회적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다. 앞서 2022년 이란에서는 22살의 마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경찰에 구금된 가운데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이번 선거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표를 하는 것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투표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페제시키안은 선거에서 투표를 마친 후 “히잡법을 존중하겠지만, 여성에 대한 침해적이거나 비인도적인 행동은 절대 있어서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결선 투표의 관건도 페제시키안의 승리가 이란을 바꿀 수 있다고 젊은 층을 설득하는데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선출직인 대통령보다 비선출 최고 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이다. 따라서 중요한 외교 정책이나 국내 결정은 결국 하메네이에 달렸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패배감이 젊은 층 사이에서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신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대통령이 매일 국정을 돌보는 과정에서 이란의 정부 기조와 대외 관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올해 85세인 하메네이의 사망 후 후계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으리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한편 보수 강경파의 경우 3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분산된 표가 최종 투표에서는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잘릴리가 승리할 경우 사회적 제한이 더욱 엄격해지고 미국 등 서방 세력과의 교전에 더욱 적대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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