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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녹음 안 했으면 빨간줄 찍찍”…‘동탄 화장실 성범죄’ 20대男 누명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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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신고’ 종결…경찰 언행 논란에 “사과 못 받아”

세계일보

지난 23일 오후 경기 화성시의 한 건물 화장실로 향하는 20대 남성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억울한 남자’ 유튜브‧MBC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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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는 아파트 헬스장 옆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렸던 20대 남성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 종결될 예정이다. 이 남성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도 “경찰로부터 직접적인 사과는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30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해 온 20대 남성 A씨에 대해 신고인이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무혐의로 판단, 입건을 취소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10분쯤 화성시 소재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헬스장 옆 관리사무소 건물 내 여자 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씨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아왔다.

B씨의 신고를 접수한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2명은 이튿날인 24일 오전 현장에 출동해 관리사무소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뒤 A씨에게 찾아가 전날 관리사무소 건물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은 뒤 신고 접수 사실을 알렸다.

A씨는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은 있지만 여자 화장실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고,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다”고 맞섰다. A씨는 사건 접수 여부 및 수사 진행 상황을 묻기 위해 같은 날 오후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방문했으나, 당시 근무하던 경찰관은 “나는 담당자가 아니다” 등의 답을 하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한다. A씨를 향해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처음 현장에 나갔던 경찰 말과는 달리 건물 화장실 입구를 비추는 CCTV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는 셈이다. 다만 사건 당일 건물 출구를 비추는 CCTV에 B씨가 먼저 건물로 입장하고 2분 뒤 A씨가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B씨가 들어간 지 3분여 뒤에 건물에서 먼저 빠져나왔고, B씨가 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이후 B씨는 지난 27일 오후 돌연 화성동탄경찰서를 찾아 “허위신고를 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 다량을 복용할 경우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B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 피해자 진술 평가를 했다. 프로파일러들은 B씨의 신고에 대해 “실제 없었던 일을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이 신고는 정신과 등 증상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무혐의 처분이 난 당일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련 심경을 전했다. 그는 사건을 인지한 직후 유튜브에 자신이 겪은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올리는 등 억울함을 토로해왔다.

그는 “전부 여러분 덕분이다. 지금 제 심정을 말씀드리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없고, 심장이 옥죄이면서 숨도 막혀와 미칠 것 같았다. 참다못해 오늘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왔는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무혐의 통지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대응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그는 “사실 저는 ‘혐의없음’ 문자만 달랑 받고 아무런 사과도 못 받았다. 분명 수사에 잘못된 점 있었으면 사과하겠다고 공문 올라온 걸로 아는데 별말이 없다”고 했다. 영상 댓글에서도 “제가 경찰 찾아오자마자 녹음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퍼뜨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냐”며 “강제추행죄로 입건된 줄도 모르고 범인으로 확정 짓는 듯한 경찰관의 압박에 빨간줄 찍찍 그였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입건 취소를 하고, B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입건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 A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경찰관들에 대해 내부 감찰을 진행, 향후 상응하는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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