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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란 대선 1차서 개혁 후보 '깜짝' 1위…돌풍, 결선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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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투표율…정치 기대감 떨어져

보수파 합심할 경우 결과 예측 어려워

뉴스1

이란 대선에 출마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국회의원이 2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남은 4명의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개혁파로 분류된다. 2024.06.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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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사망에 따라 치러진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유일한 개혁파 후보가 예상을 깨고 1위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하며 오는 5일(현지시간) 결선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히잡 시위'으로 번진 반(反)정부 여론과 경제 제재로 등 돌린 민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이번 선거가 이란 사회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30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종 개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국회의원이 전체 2450만여표 중 가장 많은 1041만5991표(42.5%)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4명의 후보 중 유일한 개혁파 후보로 분류된다.

핵 협상 전문가인 사이드 잘릴리가 947만 표, 현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338만 표, 전직 법무부 장관인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가 20만 표를 얻었다.

페제시키안 의원은 42.5%를 얻으며 선두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는 하지 못해 7월5일 페제시키안 의원과 잘릴리 간 결선 투표로 최종 당선자가 결정될 방침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40%로, 이란 대선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치러진 의회(마즐리스) 총선 투표율(41%)보다 낮은 수준이다.

저조한 투표율의 배경에는 크게 떨어진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선거는 한때 열성적인 군중을 끌어모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집권 체제에 대한 항의의 한 형태로 집에 머물고 있다"며 "그들은 집권 세력이 경제를 파괴하고 사회적, 정치적 자유를 박탈하고 이란을 세계로부터 고립시킨다고 비난한다"고 전했다.

온건·개혁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이 지난 2013년 당선되며 이란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제한이 완화하고 핵 협정 체결로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체결된 지 3년 뒤인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또 히잡을 어깨까지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완화됐던 사회적 제재 역시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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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8일 테헤란 투표소에서 의회 결선거먹 투표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이란 유권자들은 이날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이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는 대선을 치른다. 2024.06.28 ⓒ AFP=뉴스1 ⓒ News1 임여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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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민들이 로하니 전 대통령이라는 선례를 본 만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예고한 페제시키안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페제시키안 의원이 유일한 개혁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결선 투표에 진출한 한 가지 이유는 다른 두 주요 후보가 모두 보수층 표를 나누는 강경파였기 때문"이라며 "(3위인) 갈리바프가 잘릴리에게 투표해달라고 요청한 이후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보다 높은 종교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정체제인 이란에서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현재의 외교 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긴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 외교정책포커스(FPIF)는 앞서 "이란 행정장관의 교체만으로는 이란 외교 정책의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세 명의 선두 주자 중 누가 이란 선거에서 승리하든 이란의 외교 정책은 가까운 미래에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짚었다.

NYT 역시 "이란의 체제에서 최고 지도자는 모든 가장 큰 결정을 내리는데, 특히 핵 협상과 외교 정책과 같은 중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며 "이란이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계속 고통을 받는 가운데, 경제를 되살리려는 노력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애초에 대통령 후보 출마를 승인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투표율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페제시키안 의원의 입후보를 허락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이란 전문가 시나 투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움직임은 보다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선거 과정을 만들어 더 많은 대중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NYT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이란의 핵 정책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서방의 수년간의 노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핵 협정에서 탈퇴한 지 6년, 이란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여러 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중동 및 세계질서센터(CMEG) 연구원 아라쉬 아지지도 CNN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그림자 전쟁은 누가 이기든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대통령이 아니라 하메네이와 안보 기관에서 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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