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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野 “‘02-800’ 용산 번호냐” 대통령실 “일체 기밀 보안사항” [여야, 운영위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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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날선 공방

대통령실·국방부 잦은 통화 추궁에

“궁금점 생기면 실무자와 수시 전화”

“尹 ‘이런 일로 사단장 처벌’ 발언했나”

김태효 “들은 적도, 아는 바도 없다”

김건희 여사 의혹엔 與 “비열한 공작”

대통령실 자료 미제출 놓고 신경전도

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을 상대로 윤석열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핵심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초동수사 결과를 접하고 격노했는지 여부였다. 야당이 이 사건 관련 수사를 위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정한 것을 의식한 대통령실은 ‘대통령 격노설’을 부인하며 윤 대통령을 적극 방어했다. 채 상병 특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대상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하는 등 야당과 사사건건 맞섰다.

세계일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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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격노 했나” VS “그런 적 없어”

야당은 대통령 격노설의 진위를 따지는 질의로 포문을 열었다. 대통령 격노설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접하고 크게 화를 냈다는 의혹이다. 이를 계기로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했던 수사자료를 회수했다고 야당은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했는가”라고 물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통령한테)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나’라는 취지 내용을 들은 적 있냐”는 질의엔 “들은 적이 없고,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사건 직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간 자주 통화가 오간 것도 쟁점이 됐다. 야당이 이유를 추궁하자 김 차장은 “대통령은 궁금한 게 생기면 어떤 실무자에게든 수시로 전화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02-800-7070’이라는 유선 전화번호를 누가 사용하는지도 야당의 추궁 대상이었다. 야당은 이 번호로 걸린 전화를 국방부에서 받은 직후 각종 은폐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 보안사항이라 생각한다”며 “이 회의를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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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답변하는 정진석 비서실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정 비서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가운데 줄 왼쪽부터 이도운 홍보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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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불법 촬영, 비열한 공작”

여당과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도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국민의힘 권영진·강민국 의원 등의 관련 질의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수사 외압을 주장하는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사건만이 실체와 증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도 도마에 올랐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최재영 목사가 과거 북한을 찬양한 행적이 거론되면서다. 정 실장은 “최 목사가 대통령 부인에게 의도적으로 ‘돌아가신 아버님과 잘 아는 사이’라고 접근해서 불법적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소요된 경비를 문제 삼으며 역공에 나섰다. 여당은 “김 여사가 행사 때마다 새로운 의상을 입고 나오고, 공개된 사진에서만 보니 최소 178벌의 옷이 있다. 액세서리도 200종 넘게 착용한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혈세 낭비의 화룡점정”이라고도 했다. 역대 대통령 부인이 단독으로 대통령 휘장을 단 전용기를 타고 해외에 나간 사례가 있는지를 여당이 묻자 정 실장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도 펼쳐졌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을 향해 “(대통령실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따진 것이 계기가 됐다. 여당은 “갑질”이라며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느냐”고 맞받았다. 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이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해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했던 점을 들어 야당을 질타한 것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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