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후보 교체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캠프와 민주당 내부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고, 당 지도부가 나서 사태 수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서 가족과 머물며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고 후보 교체론을 정면돌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들이 ‘처참한’ TV토론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선 레이스를 계속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대선 완주 필요성을 거듭 밝히고 있고, 아들 헌터 바이든 역시 완주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완주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 일부는 토론을 준비한 참모에게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혼란스러울 수 있는 수치를 다수 준비한 것과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을 창백하게 보이도록 분장을 한 것 등에 대해 화를 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동생 프랭크 바이든과 가까운 민주당 고액 기부자 존 모건은 토론을 준비한 어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 론 클레인 전 비서실장,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밥 바우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을 두고 참모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준비에 참여했거나 보고를 받은 익명의 관계자 8명을 인터뷰한 결과, 참모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준비가 매우 잘됐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 토론에서 나온 고령 리스크 문제를 포함해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연습했으나, 정작 토론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참모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기’가 토론을 망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 참모는 액시오스에 TV토론이 진행된 시간이 오후 9시로 너무 늦었다고 설명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카메라 앞에 서는 공개행사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한다”며 “그 시간대를 벗어나거나 해외 순방에서는 말실수를 저지르거나 피로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 6시간만 일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부터 시작되는 미 독립기념일 연휴에는 델라웨어주 자택으로 이동해 향후 대선 전략 등을 재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참모들은 주말 동안 주요 후원자 등에게 전화를 돌리며 후보 교체론 확산을 차단하고,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품위있는 퇴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용기서 내리는 바이든 부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가기 위해 메릴랜드주 헤이거스타운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헤이거스타운=AFP연합뉴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실패했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논쟁을 하기에는 자부심이 강하며 무대에서 질질 끌려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최측근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 품위 있게 자신의 의지로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의 ‘아름다운 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교체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날 CBS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발표한 여론조사(6월 28∼29일, 유권자 1130명 대상)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무려 72%로 출마해야 한다(28%)는 응답을 압도했다. 설문에 응한 민주당 지지층의 46%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