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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논란 커지는 바이든 가족들의 ‘과두정치’... 쏟아지는 ‘사퇴론’에도 “계속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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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여사 이어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차남 헌터도 사퇴 반대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9일 뉴욕주 웨스트햄프턴 비치의 프랜시스 S. 가브레스키 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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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선 첫 TV 토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한 이후 ‘후보 사퇴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바이든의 가족들은 주말 가족 모임에서 ‘대선 완주’로 의견을 모았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지난 30일 전했다. 민주당은 물론 진보 성향의 주류 언론들까지 일제히 대선 후보 교체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가족들이 ‘거대한 장막(big curtain)’을 드리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날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바이든 가족 주말 모임 소식을 전했다. 모임에 참석한 바이든 부부와 자녀·손주 등은 “TV 토론 결과에 실망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4년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NYT는 바이든 사퇴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들 헌터 바이든이라고 했다. 헌터가 “미국인들이 (토론 당시) 목격한 노쇠한 대통령보다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헌터는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불법으로 총기를 구매·소유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유죄 평결을 받았고, 탈세 사건으로도 기소돼 있는 바이든의 ‘사법 리스크’다.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은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고위 간부로 재직했을 당시 현직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이런 헌터가 앞장서 ‘재선 완주’를 주장하자 소셜미디어에선 “아버지의 대선 가도를 막더니 이젠 명예로운 퇴로마저 막는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든이 대선 완주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그의 중요한 정치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강한 의지 때문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질 여사가 토론 참패 당시 바이든의 (건강)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그를 어린애처럼 달래가며 선거 완주를 (억지로) 격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질 여사가 남편의 토론(참패) 이후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헌터와 질은 바이든의 애틋한 가족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바이든은 상원 의원으로 당선된 197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처와 딸을 잃고 두 아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5년 뒤 재혼한 질 바이든 여사가 생존한 두 아들을 키웠고 딸을 낳았다. 이 중 바이든의 정치적 후계자로 거론되던 맏아들 보는 2015년 뇌종양으로 숨졌다. 바이든은 명절과 연휴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딸·손주들과 보냈고, 이런 가족애는 바이든을 친근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 같은 대통령으로 인식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런 바이든의 가족이 지금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으로 눈총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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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델라웨어 주방위군 기지에 도착해 차남 헌터 바이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헌터 바이든은 이날 불법 총기 소지 혐의와 총기 구매 당시 마약 사용에 대해 거짓말을 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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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겨온 미국에서 대통령 행보에 배우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선례는 적지 않다. 같은 민주당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존슨은 재임 기간(1963~1969) 연설문 내용부터 정책 노선까지 폭 넓은 부분에서 부인 클라우디아 여사의 조언을 받았다. 존슨이 재선을 포기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거세진 베트남전 반전 여론과 경제난에 따른 민심 악화 때문이었지만, 실제로는 심장이 좋지 않은 그의 건강을 우려한 클라우디아가 강력히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디아는 정치적 조언자이자 동반자로서의 적극적 배우자상을 확립했고, 후대 대통령 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번 바이든의 경우는 진작 제기됐던 ‘고령 리스크’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가족의 ‘과두정(寡頭政·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체제)’이 대통령의 상식적 판단을 방해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이든은 원래는 단임으로 임기를 끝낼 생각이었지만, 가족의 강권에 재선을 고집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WP는 “본인은 단지 민주당 진영의 가교(bridge)가 되고 싶다며 재선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왔던 바이든이 마음을 바꾼 계기도 지난 2022년 11월 가족과 함께 보낸 추수감사절 휴가가 결정적이었다”며 “당시 모임에서도 질 여사와 헌터 등이 ‘재선 출마’를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전했다. 당시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은 공화당에 내줬지만 상원 다수당은 유지해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던 시점이었다.

토론 참패의 후폭풍이 계속되면서 바이든 가족과 최측근 문고리 권력 간의 불협화음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의 일부 가족 구성원이 토론 참패의 원인으로 ‘참모들의 준비 미흡’을 꼽으면서 이들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의 토론 준비를 총괄한 어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과 그의 남편 밥 바워 개인 변호사,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바이든 가족들의 ‘타깃’에 올랐다고 전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질 여사와 질 여사 측근인 앤서니 버널, 애니 토마시니 부실장 등이 바이든 대통령 주변을 차단해 백악관 상주 직원들조차 바이든 대통령의 정확한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부인 문고리 권력이 관저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대통령 일정을 관리해 오는 바람에 대통령 참모 상당수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해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토론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미 CBS·유고브가 지난 28~29일 미 유권자 1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답변이 72%였다. ‘출마해야 한다’는 비율은 28%였다. 이들이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출마 반대와 찬성이 각각 64%, 3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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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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