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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카리나→임영웅…무차별적 억지 ‘남혐’ 프레임에 스타들만 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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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임영웅. 사진 = 물고기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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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영웅이 남성 비하 용어를 썼다는 이유로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악성 댓글 테러를 당했다. 팬들의 댓글 정화 운동으로 잠잠해졌지만 실체 없는 억지 프레임으로 인한 악플 세례에 우려가 나온다.

지난 16일 임영웅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일 기념 라이브를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입이 근질근질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도록 하겠다”며 “저도 몸이 근질근질하고 마음이 드릉드릉하다”고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후 임영웅이 tvN ‘삼시세끼’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임영웅은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에게 곧 예능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드릉드릉’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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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일 기념 라이브를 진행했다. 사진=임영웅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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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임영웅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를 향해 비난 댓글을 달았다. 드릉드릉이라는 단어가 페미니스트를 포함한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단어란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드릉드릉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자꾸 울리는 소리’라는 의성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도 크고 요란하게 자꾸 울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크고 요란하게 자꾸 코를 고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등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일부 남성 누리꾼은 드릉드릉이라는 단어가 여성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남혐 단어라고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커뮤니티에 이어 임영웅의 유튜브 채널에도 달려가 “페미(니스트) 용어인 건 알고 쓰는 건가” “잘못된 발언 사과해라” 등 댓글을 달았다. 일각에선 불매운동까지 언급했다.

일부 누리꾼의 댓글 폭격에 임영웅 팬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만 팬들은 “헛된 곳에 정신적 육체적 낭비 하지 말길” “눈앞이 깜깜하고 답답해서 오셨다면 임영웅의 ‘온기’ 추천한다” 등 선한 댓글을 달았다. 한 팬은 “젊은 사람들 사는 게 힘든가. 의미 없는 혐오에 얽매여서 서로 미워하지 마시라”고 조언했다. 조롱이나 혐오 댓글과는 대비되는 방법으로 댓글창을 정화한 것이다. 영웅시대(팬덤명)의 선플 덕분에 임영웅을 비난하는 댓글은 점차 줄어들었다. 다만 여전히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임영웅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은 상황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남성혐오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스타가 악플에 시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카리나는 한 유튜브 영상에서 “장난칠 땐 드릉드릉 잘 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자 일부 남성 커뮤니티는 카리나에 남혐 프레임을 씌우며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다비치 강민경 또한 같은 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드릉드릉이라는 자막을 넣었다가 일부 남성 팬들의 항의를 받았다. 다만 이들이 원하는 사과가 나오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자 현재는 다시 잠잠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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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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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크리에이터 슈카는 자막에 드릉드릉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남성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했다. 당시 그는 “자막 작업 이전 영상만 검수하고 자막 작업 후 영상을 검수하지 못해 사전에 미리 막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전에 등재된 드릉드릉은 혐오의 뜻이 없는 표준어다. 혐오를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가 아닐 뿐더러 어원에 맞게 쓰는 용례가 대다수다. 그런데도 단순히 여초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인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들은 남혐 단어라고 지칭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혐오 표현인지 알 수가 없다. 특정 커뮤니티에서의 사용 빈도를 기준으로 혐오 잣대를 들이밀어 단어 하나하나를 검열하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남성 혐오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무차별적인 억지 프레임을 씌우는 게 오히려 특정 성별 혐오와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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