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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동탄 헬스장 사건', 우리 사건 아니야"…실명 공개한 경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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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사건 담당 안 해…사이버 테러 멈춰 달라"

뉴스1

네이버 '경감 강동호'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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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스1) 김기현 기자 = 무고한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 '강압수사' 논란에 휩싸인 경기지역 한 경찰서 팀장이 실명을 공개하고 입장문을 냈다.

자신이 속한 팀이 문제가 된 사건을 담당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애먼 경찰관과 그 가족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호소다.

지난 1일 네이버 '경감 강동호' 블로그에 '화성동탄경찰서 여청수사팀장 강동호 경감입니다'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 강 경감은 "이번 일로 피해당한 20대 남성을 비롯해 국민께 가장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수만 번 고민하고 망설이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저희 팀원들과 그 가족, 자녀들이 이 일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해 팀장으로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 경감에 따르면 경찰서엔 '여청강력팀'과 '여청수사팀'이 있다. '헬스장 화장실 사건'의 경우 접수 당시 성명불상의 용의자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청강력팀이 수사했다.

그는 "그런데 우리 경찰서 홈페이지 조직도엔 여청강력팀이 표기돼 있지 않다"며 "전 국민 관심 사안이 돼 언론 기사, 유튜브 영상이 쏟아지는데도 정작 소속 팀명은 단 1건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아니 비공개하는 이유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비공개 이유가 개인정보 때문일 리는 없을 테다"라고 의문을 품었다.

특히 강 경감은 여청강력팀이 사이버 폭력을 당하면서 힘들어하는 자신의 팀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종결 통지가 '여청수사1팀' 명의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팀원들은 모두 경악했고 한참을 울었다"며 "여청수사1팀이 이 사건의 당사자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후 저희 팀원들 모두 신상이 털리고, 가족들을 향한 각종 욕설 및 조롱 댓글 등 사이버 테러 행위로 인해 팀원 중에서 누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너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강 경감은 또 강도 높은 감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청수사팀이 작년 전국 1위 팀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온 강압수사 의혹에 대한 맞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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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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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탄은 인구가 많아 다른 경찰서에 비해 접수되는 사건이 많다"며 "작년 전국 1위 '베스트수사팀'은 경쟁팀 실사와 도경찰청, 본청 등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추후 민원이나 수사 과오가 생기면 오히려 점수가 깎여 강압수사 방식으로는 절대 1위를 할 수 없다"며 "여청수사팀은 성명불상 성범죄 사건은 취급하지 않아 그럴 이유조차 없다"고 했다.

강 경감은 강압수사 정황이 발견된다면 모든 징계와 비난은 자신이 받겠다면서도 앞으로는 사이버 테러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팀원 중 1명은 조부모상 중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욕설 등 사이버 테러를 감당해야만 했다"며 "작년에 태어난 아기,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까지도 그 피해를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심지어 제 아내는 빨래방에 갔다가 주민들이 제 실명을 거론하면서 욕설·조롱하는 모습을 보고 식사조차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강 경감은 이 사건을 계기로 강압수사 피해는 절대 재발해선 안 되고, 경찰의 성범죄 수사 또한 위축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달 23일 50대 여성 A 씨가 화성시 한 아파트 헬스장 옆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며 성적 행위를 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경찰 조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며 20대 남성 B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 없다"며 무고를 주장했으나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은 B 씨에게 "학생이야? 군인이야?" "지금 나이가 몇 살이야" 등 반말은 물론,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등 강압적인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B 씨는 '억울한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 성범죄자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며 녹음파일을 공개했고,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던 지난달 27일 A 씨는 경찰에 허위 신고 사실을 자백했고, 경찰은 B 씨를 무혐의 처분 한 데 이어 A 씨를 무고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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