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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민가방 싸서 떠납니다" 한국인도 우르르…왜 모두 미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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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웰컴인!' 대한민국③-1

[편집자주]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국가소멸로의 질주를 멈출 방법은 사실상 이민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주민 또는 다문화 시민들과 함께 화합과 번영을 이룰 방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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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과 맞닿은 멕시코를 통해 연간 200만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멕시코 치아파스주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출발한 1만명 안팎의 중남미 이민자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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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 대륙에서 중국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였던 에콰도르는 중국과 수년간 맺어왔던 무비자 협정을 지난 1일(현지시간) 돌연 중단했다. 에콰도르에 무비자로 입국한 뒤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중국인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에콰도르에 입국한 중국인은 6만여명이지만 출국자 수는 3만여명에 불과하다. 에콰도르로 들어와 종적을 감춘 이들의 상당수가 미국 망명을 위해 목숨을 건 대장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나라다. 가족초청·투자·취업 등을 통한 합법적인 이민 신청은 물론 무작정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불법 이민 행렬이 줄을 잇는다. 멕시코·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의 빈곤층부터 중국·인도·러시아 등 중산층까지 미국에서의 새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합법 이민자 연 100만명, 불법 체류자는 100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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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토안보부 '2022 이민연감'에 따르면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각국 사람들에게 매년 합법적으로 발급되는 총 영주권 수는 평균 100만개 안팎이다. 최근 10년(2013~2022년)간 연 평균 100만~110만명이 '그린카드'로 불리는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한국(1만6172명·1.6%)은 미 영주권을 많이 받은 세계 15번째 국가로 집계됐다./ 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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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토안보부 '2022 이민연감'에 따르면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각국 사람들에게 매년 합법적으로 발급되는 총 영주권 수는 평균 100만개 안팎이다. 최근 10년(2013~2022년)간 연 평균 100만~110만명이 '그린카드'로 불리는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외적인 변수로 영주권 발급 건수가 70만건대에 그치기도 했지만, 미 행정부 내에는 '연간 신규 영주권 100만개'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2022년 기준 미국 영주권 신규 취득자의 출신 국가를 살펴 보면 중남미를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한 대륙에 분포돼 있다. 멕시코가 13만8772명(13.6%)으로 가장 많고 인도 12만7012명(12.5%), 중국 6만7950명(6.7%) 등이 뒤를 잇는다.

한국(1만6172명·1.6%)은 미 영주권을 많이 받은 세계 15번째 국가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매년 2만명 넘는 한국인이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유럽 국가로의 투자 이민 등이 활성화하면서 다소 줄었다. 다만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6000달러대로 일본을 앞서는 등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는데도 미국으로의 이민이 많은 것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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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내에 거주하는 불법 체류자는 1000만명을 웃돈다. 미 이민 당국은 불법 체류자를 추적해 상시 추방하고 있지만 매년 200만~3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가 새로 들어와 전체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서류 없이 들어와 잠적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불법 체류자 수는 공식 통계의 2~3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출신 국가별로는 멕시코에서 들어온 불법 이민자가 2022년 기준 481만명으로 가장 많고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등 순이다. 인도와 중국 출신 불법 이민자도 각각 20만명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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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 내에 거주하는 불법 체류자는 1000만명을 웃돈다. 출신 국가별로는 멕시코에서 들어온 불법 이민자가 2022년 기준 481만명으로 가장 많고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등 순이다. 인도와 중국 출신 불법 이민자도 각각 20만명 이상이다. /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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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인가…"먹고 살려고" "자유 찾아서" "자녀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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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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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을 받은 합법적인 이민자나 철조망을 뚫고 국경을 넘은 불법 이민자 모두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남미 국가 빈곤층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 아시아 국가 중산층은 더 좋은 일자리와 생활 환경이 보장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찾는다.

특히 목숨을 걸고 위험천만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나라에서 더 이상 잃을 것도, 희망을 가질 수도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민하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할 것이라는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과도 상통한다.

정치·종교적 배경도 주된 이유다. 미국 국경에서 체포된 중국인들은 하나 같이 "자유를 찾아 왔다"고 외친다. 경제적 이유를 언급했다간 입국 자체가 거부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나라에서 정치적 또는 종교적으로 박해를 받고 있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표본인 미국으로 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사회 통제가 강화되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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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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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다양한 출신 국가·인종으로 구성된 국가인 만큼 이방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 이민 후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 녹아 들어 정착이 가능하다. 자녀를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양육하기 위해 미국을 찾는 수요도 많다.

국경 철조망을 넘은 사람을 바로 내쫓지 않는 행정시스템도 미국으로 이민자들이 몰리는 요인이다. 미 시라큐스대학 사법정보센터(TRAC)에 따르면 2023~2024 회계연도 불법 체류자가 이민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42일(약 2.6년)이었다.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망명 승인 판결을 받는 경우 평균 기간은 더 길어 1361일(약 3.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이민자라도 미국 내에서 일하며 생활할 수 있다. 의료·공공서비스 지원도 받는다.


경제효과 확실한 이민…정치에선 '비호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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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이 2.6%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단연 높은 것도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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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인플레이션 등 악조건 속에서도 미국의 '강한 경제'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이민자들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노동시장이 있다. 2019년 이후 미국 본토에서 태어난 노동자 수는 감소했지만, 이민자들 덕분에 전체 노동력은 2% 증가했다. 미 의회 예산국은 높은 이민율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0.2%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이 2.6%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단연 높은 것도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돼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민자들의 유입 덕분에 노동시장 공급과 수요가 계속해서 더 나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미국은 운 좋게도 해외 각국 사람들이 일하러 가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곳이어서 재정에 도움이 되는 인구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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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경제효과는 확실하지만 정치·사회적 호감도가 낮아지는 불균형은 미국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리턴매치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TV토론에서 이민정책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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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경제효과는 확실하지만 정치·사회적 호감도가 낮아지는 불균형은 미국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특히 불법 이민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은 오는 11월 대선 결과를 가를 핵심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은행(WB)과 IMF 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며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미국의 생산성을 확실히 높일 수 있는데 여론에 따라 정책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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