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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골프 치다말고 화장실 들락날락 … 혹시 소변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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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반적으로 어른은 하루 5~6번 소변을 본다. 하루 소변량은 1~1.5ℓ, 보통 회당 350㎖의 소변을 배출한다.

소변은 단순히 우리 몸의 일부 노폐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몸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건강 지표다. 소변은 90% 이상이 물이지만 요소, 요산, 아미노산, 무기염류 등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소변량, 소변 색깔, 냄새와 혼탁도, 소변 누출(요실금)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각종 질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이 새어 나와 속옷이나 바지를 자주 적시는 배뇨장애(排尿障碍)가 있으면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리기도 한다. 잦은 소변으로 업무 중에 자리를 자주 떠야 하고, 장시간 회의나 이동하기 전에 소변이 걱정되고, 갑자기 소변이 새어 나오는 일이 잦다면 일상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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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변 관련 장애는 나이가 들수록 빈번해진다. 일본 도호쿠대 보건의료팀이 일본 내 40세 이상 남녀 4570명(평균 연령 60.6세)을 대상으로 배뇨장애에 대한 역학 조사(일본 배뇨기능학회지 게재)를 실시한 결과, 낮에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주간 빈뇨'가 있는 사람이 50.1%였고, 밤에 1회 이상 화장실에 가는 '야간 빈뇨'도 69.2%에 달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지는 '요의 절박감'은 남성 15.8%, 여성 12.5%,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요세 저하'는 남성 37.0%, 여성 18.1%가 최소 주(週) 1회 이상 경험하고 있었다. 재채기를 했을 때 소변이 새어 나오는 '복압성 요실금'은 남성 3.0%, 여성 12.6%로 여성이 많았다.

이는 식·생활습관이 비슷한 한국인도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요시다 미카코 도호쿠대 대학원 보건학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배뇨장애가 빈발하기 시작하는 60대는 외모도 젊고 활동적이지만 일상생활 제한으로 고민이 크다. 특히 골프나 영화, 콘서트 등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운동이나 여가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고 밝혔다. 요시다 교수는 "배뇨장애는 증상이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식사나 음료 섭취 습관 개선, 골반저근운동이나 방광훈련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뇨는 글자 그대로 '방광에 쌓인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배뇨와 관련된 장기로는 신장과 요관으로 구성된 '상부요로', 방광과 전립선, 요도로 구성된 '하부요로'가 있다. 남성은 방광 바로 밑에 전립선이 있고 전립선 아래에 골반저근이 있다. 여성은 전립선이 없고 요도 아래쪽에 골반저근이 있다.

골반저근은 대소변 배출을 돕기도 하지만 대소변이 새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골반저근이 약화되어 이완이 잘 되지 않으면 변비가 나타나고 수축에 문제가 생기면 요실금과 변실금이 생긴다.

신장은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혈액을 여과해 노폐물이나 여분의 염분을 소변으로 바꾼다. 소변은 2개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흘러 내려간다. 방광에 일시적으로 모인 소변은 어느 정도의 양에 도달하면 배출된다. 소변이 모일 때는 요도괄약근이 수축하고 방광평활근이 느슨해진다. 반대로 소변을 볼 때는 요도괄약근이 이완되고 방광평활근이 수축한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시간 이외는 축뇨(蓄尿)기능, 즉 소변을 모으는 일이 이뤄진다.

소변을 보는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방광이 가득 차게 되면 뇌가 그 정보를 전달받고 요의를 자각한다. 소변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겠다'고 의식하면 그제서야 방광 근육이 쪼그라들고 요도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소변이 배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방광과 요도 기능에 장애가 있으면 배뇨장애가 발생한다.

소변 관련 배뇨장애는 크게 △과활동 방광(過活動 膀胱) △복압성 요실금(腹壓性 尿失禁) △전립선비대(前立腺肥大)/저활동 방광(低活動 膀胱)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과활동 방광은 갑자기 요의를 느끼는 '요의 절박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빈뇨', 소변을 참지 못하고 새어 버리는 '절박성 요실금' 등이다. 복압성 요실금은 재채기나 기침을 했을 경우에 소변이 새는 것을 말한다. 소변의 기세(오줌발)가 떨어지고 잔뇨감이 있는 증상은 전립선 비대·저활동 방광에 의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남성에게 많이 볼 수 있는 배뇨 후의 '조금 누출'(의학적으로는 '배뇨 후 소변적하(排尿後尿滴下)'는 별개 유형이다.

왜 갑자기 요의가 느껴지고 빈뇨, 절박성 요실금이 생길까.

일반적으로 방광은 소변을 보고 있을 때 부풀어 오르긴 해도 마음대로 수축하지 않는다. 그런데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하고 방광의 내압이 높아지면 그다지 소변이 고이지 않아도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변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또한 소변의를 자주 느끼고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참지 못하고 소변이 새어 버리는 것도 방광이 과활동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노화에 따른 방광 기능 저하, 요도 조임에 관계되는 골반저근의 쇠약 그리고 남성은 전립선 비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소변을 어떻게든 보려고 방광에 부담이 되는 사이에 방광 근육이 이상을 초래하고, 약간의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을 하게 됨) 등을 들 수 있다. 뇌혈관 장애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 척수 신경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소변이 새지 않도록 요도를 조이는 요도괄약근의 수축력이 나빠졌을 때 잘 발생한다. 여성은 임신이나 분만에 의해 요도나 방광을 지탱하는 골반저근에 손상이 생겨 복압성 요실금이 발생한다. 또한 여성호르몬이 저하되면 골반저근이 이완되기 때문에 폐경 후에도 복압성 요실금이 발생하기 쉽다.

남성의 소변장애는 전립선비대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전립선은 정액의 일부를 만드는 생식기로, 직장과 치골 사이에 있으며 방광 출구로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성인 남성의 전립선은 호두 크기로 비유되지만 나이가 들어 비대해지면 달걀이나 귤 정도로 커진다. 그 결과 배뇨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서 요도 일부가 막혀 소변을 볼 때 요도가 충분히 열리지 않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전립선 비대로 인해 방광 내에 항상 소변이 남아 있는 상태가 되면 소변이 조금만 쌓여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빈뇨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방광 근육이 약간의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보여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지는 요의 절박감이 생긴다. 그러나 전립선 비대가 있어도 요도를 폐색하는 일이 없으면 소변의 배출장애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나이가 들면서 방광 수축력이 떨어지고 당뇨병 및 뇌혈관질환으로 방광이나 요도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 기능이 저하되어 소변이 잘 안 나오고 방광에 소변이 남아 있는 저활동 방광이 소변배출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준철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전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장)는 "소변장애나 요실금은 '나이 탓'이라고 포기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배뇨장애는 여러 종류가 있고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진단 후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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