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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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 예산실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야당 의원들이 오히려 ‘돈을 더 풀자’는 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쌓인 국가 부채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커진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재부 예산실장·2차관을 지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법적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한 경우’를 추가했다.
현재 법적 추경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 세 가지다. 여기에 ‘양극화 해소’와 ‘생계 지원’ 명목까지 넣어 추경 범위를 크게 확대하려는 것이다.
김주원 기자 |
또 세입 기반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국세 감면율 법정한도(14.3%)를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지금까진 권고 사항이었다. 이렇게 되면 세액공제 등 정부 재량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제한된다. 안 의원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현행법으로는 대처가 쉽지 않다”며 “심화하는 경제 양극화에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기재부 예산실 문화예산과장·농림해양예산과장 등을 지낸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내국세 총액의 19.24%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5%포인트 인상한 24.24%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조 의원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 지출의 증가 등으로 지방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지방교부세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커지는 ‘세수 펑크’(전년 대비 세수 증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
두 법안 취지는 취약계층을 돕고 지방 소멸을 막는 데 국가 재정을 더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나라 곳간 상황에 비춰봤을 때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중앙정부 채무는 올 4월 기준 1128조9000억원이 쌓였고, 나라 살림살이는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국세수입도 5월 기준 15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조1000억원 줄었다. 여기에 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위해 추경 편성을 밀어붙인다면 재정 위기는 더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이 추가하려는 추경 요건인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 생계지원’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취약계층 생계지원은 추경 요건으로 부적절하다”며 “현행 규정으로도 추경이 남용되는 실정인데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 재정 확립을 이유로 지방교부세율을 올리는 것도 ‘일차원적인 해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교수는 “지방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교부세를 올리자는 것은 너무 단순한 논리”라며 “중앙-지방 공동세 개념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맞지만 현행 연동 세율(19.24%)에서 5%포인트나 올려버리면 안 그래도 빚에 허덕이는 중앙정부가 국세 수입의 4분의 1을 꼬박꼬박 지방에 나눠줘야 한다. 정부 재정구조가 더욱 경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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