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與의원들" 野 김병주 발언에 정회…'고성·삿대질' 파행
우원식 의장·주호영 부의장, 친정에 "박수치지 말라" 쓴소리도
함께 입장하는 우원식-박찬대 |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설승은 조다운 기자 =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린 2일 국회 본회의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로 얼룩지며 파행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검사 탄핵 문제 등을 두고 여야 모두 잔뜩 신경이 곤두선 가운데 열린 이날 본회의는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다 두 시간 만에 정회했다.
이날 파행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대정부질문 도중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최근 한미일 '프리덤 에지' 연합훈련이 있었다. 한미일 훈련이 강화돼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독도에 대한 야욕을 가진 나라와 어떻게 동맹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달 2일 국민의힘은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한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이라는 말을 했다"며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과할 사람은 국민의힘"이라며 "일본과 동맹한다는 데 정신이 안 나갔나. 정신줄 놓지 말라"면서 '정신이 나갔다'는 언급을 되풀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여 사과를 요구했다. 강승규 의원과 김성원 의원 등은 "국민과 국회의원에 정신이 나갔다고 하느냐"고 크게 소리쳤고, 김정재 의원은 "사과 없이 회의 진행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사회를 보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김 의원을 향해 "사과 요구가 들어왔다. 조금 심한 발언인 것 같은데 사과하겠느냐"고 물었고, 김 의원이 거절하자 정회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야 의원 20여명이 단상으로 달려 나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장내는 "사과하라"는 여당과 "사과를 왜 강요하느냐"는 야당의 고성으로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고, 여당 의원들은 단체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지 약 2시간 만이었다.
국회 대정부질문 |
여야의 거친 신경전은 정회 후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김병주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일본과 동맹을 한다'는 논평을 쓴 여당이야말로 국민께 사과해야 하는데, 적반하장으로 제게 사과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김 의원이 '정신 나간 것 아니냐'는 용어를 썼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김 의원의 비판은 정확했다. 국민의힘이 국민께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반면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렇게 거칠게 함부로 막말하는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김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막말 행진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정청래 바이러스가 정말 지독하고 무섭다"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선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친정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하느라 본회의장 입장이 늦어진 가운데 먼저 와있던 민주당은 우 의장에게 신속히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고,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끝나고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한 민주당 의원이 "의장님 노고가 많으십니다"라고 말하자 장내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나왔으나, 우 의장은 단호한 말투로 "박수 치지 마세요"라며 제지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주 부의장의 '경고'는 같은 당 김승수 의원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역대 민주당 정권의 대북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질의했고, 신 장관이 이에 동의하는 답변을 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발언하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
그러자 주 부의장은 김 의원의 질의를 멈추고 "본회의장에서는 박수를 치지 못하게 돼 있다"며 "본회의장 질서 유지에 문제가 있으니 박수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의 긴장도가 높은 가운데서 열린 회의인 만큼 작은 제스처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통상 질의하는 의원들이 단상에 오르내릴 때는 의장석에 앉아 사회를 보는 국회의장 또는 부의장에게 목례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날은 이를 두고서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우 의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채 단상에 오르자 민주당 의원들은 "주의를 줘야 한다"며 항의했다. 이에 김 의원은 "인사는 존경심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응수하며 질의를 시작한 뒤 역시 인사 없이 단상을 내려갔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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