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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보수 우위 美대법 “트럼프 재임 중 공식행위, 면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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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5Q] 면책특권 일부 인정… 트럼프 손 들어줘

조선일보

지난 2021년 1월 6일 미 워싱턴 DC에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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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2020년 대통령 선거 불복과 2021년 1·6 의회 난입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면책특권을 1일 일부 인정했다. 대통령의 행위는 ‘공식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비공식 행위’)로 구분해야 하고, 공식 행위라면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연방대법원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나타난 트럼프의 행위를 공식·비공식 행위로 면밀히 나눠 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대선 전에 본격적인 재판이 열리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 바이든 정부가 공권력을 남용해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큰 승리”라며 연방대법원 결정을 반겼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대법원의 결정이 법치를 훼손했다. 내 전임자(트럼프)는 4년 전 평화적 정권 이양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의회에 폭도를 보냈다”고 비난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무엇이고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Q1. 어떤 사건에 대한 판결인가

지난 대선 직후 2021년 1월 6일 벌어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과 관련해 잭 스미스 연방특별검사가 지난해 8월 네 가지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한 사건이다. 미국 정부를 속이기 위해, 공무 집행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기 위해 각각 모의하고 선거 결과 인증을 지연(공무 집행 방해)시키려 한 혐의였다. 구체적으로는 법무부에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하고,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선거 결과 확정을 연기하라고 종용하고, 2021년 1월 6일 의사당으로 쳐들어가도록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메시지를 트위터(현재 ‘X’)에 유포한 혐의 등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그러자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대통령의 행위는 면책특권 적용 대상이어서 기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워싱턴 DC 연방지법에 이를 기각해 달라고 했다. 미국 헌법과 법률에 대통령의 면책권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은 점을 파고든 것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 각각 열린 1·2심은 트럼프의 주장을 기각했고 이날 연방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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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큰 승리”… 바이든 “법치 훼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전 대통령이 지난달 필라델피아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 불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1일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하자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법치 훼손”이라며 반발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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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연방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대법관 아홉 명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여섯 명은 “대통령은 법 위에 있지 않다”면서도 “삼권분립 시스템은 독립적인 행정부를 요구한다”고 했다. 사법권이 대통령 등 행정부를 섣불리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행위를 ①절대적 면책특권이 인정되는 헌법상 핵심 권한 행사 ②면책특권이 있다고 추정 가능한 공식 행위 ③면책특권이 없는 비공식 행위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대법원은 이런 기준을 적용해, 트럼프가 법무부 장관 등을 만나 ‘선거 사기’ 조사에 대해 논의한 행위는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으로 면책 대상이라고 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압박한 것은 “면책의 대상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공식 행위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면책특권’이 인정되려면 ①이나 ②여야 하는데 트럼프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연방지법에서 이를 다시 따져보라는 것이다.

Q3. 반대 의견은 없었나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진보 성향이 뚜렷한 대법관 세 명은 “판결이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헌법과 정부 시스템의 근간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적을 죽이라고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에 명령해도 면책,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해도 면책, 사면 대가로 돈을 받아도 면책된다는 것”이라면서 “모든 공권력 사용에서 대통령은 이제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라고도 했다. 잭슨 대법관도 반대 의견서에서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공적 권한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른다면 권력 남용과 독재의 위험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Q4. 재판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1심에서 이 사건을 다룬 워싱턴 DC 연방지법 타냐 처트칸 판사가 서면 변론, 증거 심리 등을 통해 대통령의 업무 중 ‘공식’ ‘비공식’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가리는 작업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후 나올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다시 항소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판사가 양측에 답변 기한을 단축하거나 소송의 범위를 좁히는 등 간소화된 일정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과정이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하급심이 다시 혐의를 일일이 따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약 4개월 남은 11월 대선 전에 본안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Q5. 올해 대선에 미칠 영향은

일단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과도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트럼프 측은 “바이든 정부가 나를 제거하기 위해 검찰 등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 판단이 나온 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큰 승리”라고 적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는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중단 판결을 내린 이후 대법원이 대선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현재 4개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 중 지난달 말 뉴욕에서 유죄 평결이 난 ‘성 추문 입막음’ 사건을 제외하면 대선까지 다른 재판에서 평결이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게 됐다. 즉 트럼프를 위협하던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셈이어서 트럼프에겐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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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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