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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자랑스러운 아빠", "좋은 상사였는데"…눈물 번진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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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참사…9명 숨져

갑자기 가족·직장 동료 잃은 이들

빈소엔 종일 '한숨', '눈물'

노컷뉴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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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왜 두고 갔어."

2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유가족들은 빈소를 지키며 눈물을 쏟아냈다. 고(故) 이모(52)씨의 어머니는 손자에게 몸을 기댄 채 빈소로 가는 길목에서 "이런 나를 두고 어떻게 갈 수가 있냐"며 대성통곡했다.

사망자들 대다수는 빈소를 채운 이들의 아버지이자 직장 동료였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A씨와 B씨는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라서 얼굴을 자주 뵈었는데, 이렇게 찾아뵙게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은 의자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를 몇 시간 동안 곁에서 위로했다.

오후에는 고(故) 박모(42)씨의 동료들이 같은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조문 후 밖으로 나오는 이들의 눈시울은 붉었다. 1층에서 눈물을 계속해서 삼키던 C씨는 "함께 일을 오랫동안 했었는데 정말 좋은 상사였다"며 다음 말을 이어가길 거부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쯤 조카의 부고에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고(故) 이모(52)씨 삼촌 부부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들은 "조카는 착하고, 성실하고, 다 잘했다"며 "자녀가 셋인데 지금 사회에서 일하는 애들도 있고, 학교 다니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50대 조카를 보러 춘천에서 새벽에 출발했다는 또 다른 유가족도 영등포병원으로 들어서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4월이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오전 10시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는 고(故) 김모(52)씨의 아내와 두 딸, 그리고 형제 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의 둘째 딸은 아버지의 검식을 안내하는 경찰 과학수사대원들 앞에서 어머니와 첫째 언니의 두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김씨도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막내 동생이자 아버지였다. 김씨의 맏형 김윤병(68)씨는 "(동생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힘들게 공부를 해서 서울시청에서 팀장으로 1년 전부터 일하기 시작했다"며 "서울시에서 근무한다는 게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거라고 생각해 동생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윤병씨는 "어머니, 아버지 기일, 명절에 한 번도 안 빠지고 온 동생이지만 최근 민원도 늘어나고 안전사고도 많이 나면서 밤 늦게 퇴근한다 들었다"며 "어머니 제사에 올 수 있나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바빠서 전화를 안 받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사고 당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는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검은색 승용차가 역주행 해 인도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저녁 식사 후 퇴근하는 직장인이 몰린 때였다. 시민 6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3명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숨진 9명 가운데 4명은 시중은행 직원, 2명은 시청 공무원, 3명은 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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