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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김영훈 대한변협회장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당해…로앤굿 "채용 공고 게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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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초경찰서에 고소장 접수

"11개월 동안 10차례 변호사 채용 공고 게시 거부"

변협 "등록 기준 맞지 않아 불승인…문제 없어"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60·사법연수원 27기)이 리걸테크 기업의 변호사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비 지원(소송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리걸테크 기업 로앤굿(대표 민명기)은 지난주 서울 서초경찰서에 김 협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아시아경제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사진 제공=대한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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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앤굿은 사내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해 변협이 운영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 홈페이지 채용 공고란에 2023년 8월 11일부터 올해 6월 14일까지 11개월 동안 모두 10차례 채용 공고를 등록했지만 10번 모두 공고 게시가 불승인됐고, 이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며 김 협회장을 고소했다.

로앤굿은 경찰에 제출한 고소인 의견서에서 "해당 사이트는 변호사만을 대상으로 한 채용 알선 사이트로는 국내에 유일한 곳으로 변호사 채용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라며 "소규모 기업의 사내변호사 채용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변호사는 대부분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를 통해 구직 활동을 하므로, 로펌, 기업 등이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 채용 공고를 반드시 게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직자는 본인이 변호사 또는 로스쿨 재학생임을 입증해야만 회원으로 가입해 채용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채용자는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등록번호를 제공해야만 가입이 가능하고, 오로지 변호사 채용 공고만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구직자 입장에서는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공고만 모아서 볼 수 있고, 로펌과 기업 등 채용자 입장에서는 연봉 등 민감한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을 수 있어, 절대다수의 변호사 채용은 일반적인 취업 공고 사이트가 아닌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로앤굿 측 주장이다.

로앤굿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2024년 6월 18일 기준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 하루 약 8500명이 방문했고, 누적 방문자수는 무려 75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고소 내용에 따르면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 홈페이지에 공지된 미승인 사유는 ▲사업자등록증 미등록 ▲이력서 접수방법을 명확히 밝히지 않음 ▲중복내용 도배 ▲미국변호사 및 기타 국외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채용 승인 불가 ▲채용 기준에 나이 및 성별 기재 ▲채용회사의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 ▲기타 등이다.

그리고 기타 사유로는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들어간 경우 ▲급여 내용이 불성실하게 작성된 경우 ▲최초에 승인받은 내용에서 미승인 사유가 포함된 내용으로 수정하였을 경우 등이 열거돼 있다.

로앤굿은 위에 열거된 미승인 사유 중 해당되는 사항이 없는데도 변협이 계속 공고 게시를 거부했고, 명확한 이유 설명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로앤굿은 "피고소인은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고소인 회사의 공고를 게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어불성설이다"라며 "위 업무 내용에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될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수사기관 등 국가 기관을 통해 수차례 확인됐다"고 했다.

로앤굿은 "피고소인은 고소인 회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고소인 회사에 결정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라며 "고소인 회사의 업무(리걸테크 사업)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소인은 독단적으로 고소인 회사의 업무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대한변협 측에 '채용 공고 무단 미게시 행위가 업무방해죄와 민법상 불법행위, 공정거래법 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위법행위를 해소하고 공고를 게시해 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이후에도 채용 공고 게시를 계속 거부했다는 것이 로앤굿 측 주장이다.

또 로앤굿은 "회사가 취급하는 업무 성격상 변호사 채용은 필수적인 만큼 생존을 위한 고소"라며 "법치주의와 사회 정의를 수호해야 할 대한변협의 협회장이 되려 권력을 남용해 고소인 회사의 업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소인은 대한변협의 회장으로 대한변협의 모든 사무를 기획하고 지휘·감독하는 사람"이라며 "대한변협이 운영하는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 등록된 채용 공고의 게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피고소인의 업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변협은 로앤굿의 채용 공고 게시를 승인하지 않은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협회장 결제 사안도 아니고 협회장이 관여한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위해 10번에 걸쳐 등록 신청을 한 사안"이라며 "보조금 편취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된 상황에서 등록 기준에 맞지 않아 등록이 안 된 걸 가지고 이와 같이 고소를 위해 준비 작업까지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로앤굿의 민 대표는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고용지원금 약 1억2000만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변협은 민 대표에게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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