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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토론 실망’ 여당 의원·지지층 돌아서도 요지부동… ‘이너 서클’ 말만 듣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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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촉구 ‘신호탄’… 대안 찾는 여론
“미셸 오바마 출마하면 트럼프 압도”
“부쩍 노쇠” 증언들… “출장 탓” 해명
측근 비호 속 정면 돌파 강행군 예고
한국일보

조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2일 수도 워싱턴시 비상대응센터(EOC)를 방문해 극한 날씨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해 “기후변화 부정은 멍청한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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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 참패’에 실망한 여당 의원과 지지층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서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다. 진영 내의 후보직 사퇴 압박은 갈수록 더 공공연하고 거세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물러설 기색이 아니다. ‘이너 서클’(핵심 측근 세력)의 말에만 기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결단 요구 분출?... “하원의원 25명 준비 중”


미국의 집권 민주당 소속 ‘15선 중진’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텍사스주(州) 의원을 지낸 제36대 대통령(1963년 11월~1969년 1월 재임) 린든 존슨의 재선 도전 포기(경선 중도 하차)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도겟 의원은 “고통스러워도 국가를 위해 존슨처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후보직 사퇴를 공개 요구한 민주당 소속 연방 의원은 도겟이 처음이다.

이 성명은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내 ‘후보 교체론’은 잠복한 상태다. 지도부가 단속하고 있는 데다 총대를 메려면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여당 내 야당’으로 통하는 거물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이 잠자코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민주당 관련 인사 20여 명을 인터뷰한 CNN방송은 “바이든이 이번 주 중 사퇴 결정을 발표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 하원의원 25명도 향후 며칠간 바이든 대통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후보 사퇴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 때 무대서 잠들 뻔” 변명


당 안팎 여론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이날 CNN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우호 성향 응답자의 56%가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가 나와야 승산이 커진다고 믿었다. 1월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을 내세워야 한다는 대답이 53%였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당내 인사 중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두드러졌다. 양자 대결 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2%포인트였는데, 6%포인트 뒤처진 바이든 대통령보다 나았다. 같은 날 발표된 로이터통신 조사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 지지율 50%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10%포인트 이상 압도할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변동 없는 전국 지지율과 달리, 우열이 크지 않은 격전지 수치의 경우 토론 패배 여파가 드러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조직) ‘퓨처포워드’의 여론조사기관이 설문했더니 경합주의 두 후보 간 격차가 2%포인트가량 더 벌어졌다고 이날 미국 온라인매체 ‘퍽’이 보도했다.
한국일보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델라웨어주 뉴캐슬 주방위군 공군 기지에 도착해 차남 헌터(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뉴캐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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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민주당 계열 언론도 바이든 대통령 편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가 부쩍 노쇠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실수 사례를 모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열린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맥린 모금 행사에서 자신의 토론 부진이 해외 순방에 따른 피로 탓이었다고 해명하며 “(토론 당시) 무대에서 거의 잠들 뻔했다”고 말했다. 의도와 달리 오히려 그의 건강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는 발언이었다.

왜 차남이 백악관 회의에


이런 곤경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택한 방법은 정면 돌파다. 일단 당내 동요는 소통으로 잠재울 방침이다. 3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부터 만나고 당 지도부와도 며칠 안에 회동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그의 여론전 강행군도 예고하고 있다. 주중 ABC방송과의 심층 인터뷰로 건재를 알리고, 다음 주 워싱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기자회견도 설득 기회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5일부터 위스콘신주 등 경합주 유세도 재개한다.

거센 압박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지를 고수하는 것은 가족을 포함한 폐쇄적 측근 그룹의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말 대통령 별장(캠프 데이비드) 가족 모임 때 바이든 대통령 용퇴를 가장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 차남 헌터가 대국민 연설 준비 목적의 전날 백악관 회의에 깜짝 등장한 게 세간 추측을 뒷받침하는 단적 예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판을 무시하고 대선 레이스에 남으라는 소수 가족 및 측근 고문들의 조언에 바이든 대통령이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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