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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배터리 화재 사고가 쏘아 올린 낙인 효과 [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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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심리학 용어 중 ‘낙인 효과’라는 말이 있다. 한 번 부정적으로 낙인이 찍히면 계속해서 나쁜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 전기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 구매를 고민하는 사회초년생 지인들에게 “전기차를 살 생각은 없냐”고 물으면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도 아니고,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제외하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화재 사고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허들이다. 2020년 이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원인을 조사해 보니 약 54%가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배터리 셀이 손상되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나타나고, 폭발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차전지인 전기차 배터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하나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치역 화재 역시 특수차 배터리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전기 오토바이 업체에서도 잇달아 불이 났는데, 이 오토바이에도 리튬 배터리가 장착됐다.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최근 만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차전지와 이차전지는 엄밀히 다른 배터리라고 설명해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공포는 구분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까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한 번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 건수는 72건이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 화재는 3736건 일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이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전기차 화재가 유달리 잦다고 볼 수 없다.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작년부터 불어닥친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의 계곡을 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다양한 중저가 모델을 출시하며 가격 장벽을 낮추고, 배터리 제조사들은 안전성과 성능을 모두 높인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골몰한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많다. 배터리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소방 역량을 확보하는 등 소비자가 실제로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해야 할 때다.

[이투데이/김민서 기자 (viajeporlu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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