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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Part Ⅳ]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 시장성·인재풀 자양분 갖춘 인도 시장 혁신성 높은 한국 스타트업 경쟁력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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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성·인재풀 자양분 갖춘 인도 시장
혁신성 높은 한국 스타트업 경쟁력 충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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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에서 자동차를 사면 사이드 미러가 없었습니다. 추가 옵션으로만 제공되는 탓에 대부분 차들이 사이드 미러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처음 마주할 때는 충격적이었죠.(웃음)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인도 시장은 기초 인프라를 비롯해 소비력, 사업 환경까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인도 현지 변화 상황을 온몸으로 대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2014년 이철원 대표가 설립한 밸런스히어로는 당시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손에 꼽히는 시기였던 2016년 금융 서비스앱 ‘트루밸런스’를 출시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이 앱은 처음에 선불제 통신료 충전 서비스와 공과금 결제를 제공하며 시작했지만, 2019년부터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용 대출 서비스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트루밸런스는 소액 단기 대출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이용자들에게 1000루피(약 1만6000원)에서 10만루피(약 160만원)까지 3~12개월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밸런스히어로는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인 845억원과 영업이익 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각각 21.7%, 49.5% 증가한 수치다.

한편 밸런스히어로는 소액 대출을 기반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투자상품, 바이크 보험 등 현지화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도의 중산층이 더 나은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추후 이러한 이러한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등 다른 신용 정보가 부족한 국가로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인도인가? 가능성 큰 기회의 땅
이철원 대표는 창업 이전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아이마켓코리아에서 근무했고, 2006년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인 컬러링을 동남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면서 인도 시장에도 눈을 떴다.

상대적으로 한인들이 많고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했던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제외하고 인도시장을 눈여겨본 이유는 명확했다. “창업을 하기 전에 3가지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첫째, 시장의 크기, 둘째, 시장의 성장 속도 셋째, 시장의 성숙도입니다. 인도의 시장의 크기는 무한하고, 성장 속도는 빠른 반면 시장의 성숙도는 낮았습니다. 인도에서의 사업 결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눈여겨본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이었다. 인도 14억 인구 중에 11억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이 중 5억 대가량은 스마트폰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이들은 5000만 명 이상이다.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인구는 10억 명 가량인데 아직도 은행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수는 1억 명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하게 늘어나 디지털 금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은행거래에서 대출을 활용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디 정부는 현재 화폐 개혁과 2010년부터 추진 중인 아드하르 카드(Aadhaar Card) 보급을 통해 은행 계좌 보유 인구를 늘리고, 정부 주도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통해 경제 흐름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현금으로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많고 아직까지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금융정보 시스템으로 인해 신용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아직까지 신용정보 평가가 어려워 은행 대출이 어려운 인도 중산층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일수나 사채를 통해 생활비나 사업자금을 빌리는 일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경우 ‘골드론(Gold Loan)’을 통해 10만원을 빌리면 단기간에 11만원으로 갚는 것이죠. 금리 제한법이 없어 연으로 따지면 이자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죠.”

밸런스히어로는 앱 사용정보, 문자메시지, 앱 입출금 정보 등을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 정보 창출과 AI 분석을 통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도의 중산층 이하의 경우 이 시스템은 인도의 금융 거래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분석하여 신용도를 평가하는데, 도입 첫해 12%에 이르던 대출 연체율을 5~6%까지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2023년 대출 취급액은 4300억원으로 3년 전보다 11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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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인도의 직장인 평균 월 급여 수준은 20만~30만원 수준입니다. 우리의 타깃은 월급이 80만~100만원 정도인 인도 중산층인데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트루밸런스를 이용합니다. 밸런스히어로는 신용 정보가 없는 인도 이용자들을 위해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신용 정보를 창출하고 대출 한도와 이자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무한한 가능성
인도 정부는 현재 제조업 육성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 마련의 수단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적극 활용하고자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구조적인 세수 부족,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는 인도 경제 부양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싱가포르를 비롯한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대인도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여러 기존 규제들을 완화하고 있으며, 인도 경제정책 방향의 중심에도 항상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금융 분야 역시 기존 규제들이 많이 사라져 미래에셋 같은 경우는 로컬을 포함해도 상당히 경쟁력 있는 펀드운용사가 되어 현지 우리 직원들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핀테크 기업들도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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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인도 현지에서의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한국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고, 대규모 투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이철원 대표는 인도 시장에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비결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현지 시장의 문화와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현지화 전략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도는 워낙 종교, 언어가 다양하고 지역 별로 축제 문화가 발달해 있습니다. 경영이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이러한 이해와 공부가 선행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도 중요한 문제지만 와서 몇 달간이라도 생활해보며 문화를 익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의 진출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국내 스타트업의 인도 진출을 추천했다.

“스마트폰 기반으로 이뤄지는 거의 모든 분야가 인도에서는 블루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탄한 내수시장과 임금인상률을 통해 구매력은 높아지고 있으며 빠르게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장이 바로 인도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CEO들에 인도 출신 인재들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인재풀도 훌륭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이룰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인도시장 진출을 고려해 보길 바랍니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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