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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튀르키예서 시리아 난민 겨냥한 집단 폭력… '성추행 응징'은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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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출신 남성 성추행' 보도로 촉발
"범인 이미 잡혔다" 알려도 계속 확산
"난민 정책 실패가 진짜 원인" 지적 나와
한국일보

1일 시리아 북부 아타리브의 튀르키예군 기지 근처에 한 남성이 서 있다. 튀르키예인이 시리아인을 상대로 집단 폭력을 저지르자,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타리브=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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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시리아 난민 수용국인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난민 커뮤니티를 겨냥한 집단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시리아 출신 남성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범인 체포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범인과 무관한 인물을 공격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튀르키예 사회에 뿌리 내린 시리아 난민에 대한 반감, 그리고 튀르키예 당국의 허술한 난민 정책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난민 반감 타고 폭력 확산... 474명 체포


2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집단 폭력 사태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달 30일 '튀르키예 중부 카이세리의 멜리카지에서 시리아 출신 26세 남성이 7세 여아 조카를 성추행했다'는 한 언론 보도였다. "시리아인의 범죄를 참을 수 없다"며 모인 튀르키예인들은 시리아 이민자가 모여 사는 에스키셰히르 등을 중심으로 공격에 돌입했다. 건물과 차량이 불타거나 파괴됐고, 많은 시리아인이 아무 이유도 없이 구타당했다.

당국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카이세리 경찰청은 △피해 아동은 튀르키예인이 아니고 △피해 아동의 건강상 문제도 없으며 △가해자는 이미 체포된 상태라는 사실 등을 일일이 알리며 "폭력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튀르키예 가족사회부도 "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사회적 지원이 진행 중이며, 가해자는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격은 하타이, 가지안테프 등으로 번졌다.

이에 시리아인도 분노했다. 튀르키예군이 주둔하는 시리아 서북부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일부 시위대는 튀르키예 국기를 불태우거나 튀르키예 군용 차량을 공격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2일 저녁 기준 474명이 체포됐고, 사망자도 최소 4명 발생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튀르키예 당국이 바브알하와 등 국경 검문소 일부를 폐쇄했다고 2일 전했다.
한국일보

2일 시리아 북부 아프린에서 튀르키예 반대 시위 중 사망한 아부 말리크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해당 시위는 튀르키예 카이세리에서 튀르키예인들이 시리아인들에게 집단 폭력을 행사한 데 따라 발생했다. 아프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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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탓" "야당 탓"... 원인 놓고 정쟁도


이 사건은 시리아 출신 난민에 대한 반감이 시리아인의 범죄를 계기로 터져 나온 성격이 짙다. 튀르키예에는 약 360만 명의 시리아 이주민이 거주 중인데,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로 난민을 대거 수용할 때만 해도 반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튀르키예 경제 사정이 계속 악화하면서 그 화살을 난민에게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2일 오후 인스타그램에는 튀르키예어로 '나는 내 조국에 난민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이 350만 건 이상 올라왔다고 독일 베를리너차이퉁은 보도했다.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튀르키예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갈등도 격화했다.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이민·난민 정책 실패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은 시리아 북부에 '안전 지대'를 조성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다했다면서 "폭력성을 부추기는 건 야당"이라고 맞받았다.

일각에서는 시리아 내전 이후 적대 관계였던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화해 무드를 조성한 것이 집단 폭력 사태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튀르키예가 지원하던 시리아 반군이 나섰거나, 정치적 상황 변화 자체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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