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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사퇴” 美 민주당 내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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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하원 15선 의원, 첫 공개 언급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일 오전 워싱턴DC의 기후변화 비상대응센터에서 브리핑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진보 진영의 주요 의제인 '기후 변화' 대응을 강조하면서 공화당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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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TV 토론에서 참패하자, 민주당 내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공개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와 언론은 물론, 민주당 현역 의원들까지 실명을 걸고 바이든 대신에 공화당에 맞설 다른 강력한 후보를 내놓자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TV 토론 직후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바이든의 ‘결단’을 촉구하는 당내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출마를 그래도 강행하겠다는 바이든 측과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진영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각에선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민주당에서 내분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고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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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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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사퇴해야”

2일 민주당 소속 15선(選) 중진 의원 로이드 도겟(77)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은 재선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겟은 린든 존슨(1963~1969 재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바이든도 재선 도전 포기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던 존슨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 존슨은 1964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1968년 재선에 도전하리라고 모두가 예상했지만, 반(反)베트남전 여론과 경제 침체 등으로 민심이 악화하자 그해 3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도겟이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 바이든의 출마 강행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겨냥했다고도 분석한다. 존슨의 경우엔 그의 배우자 클라우디아 여사가 심장이 좋지 않은 남편의 건강을 우려해 재선 출마를 포기하도록 설득했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들도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때 바이든이 내놓는 법안마다 제동을 걸었던 조 맨친 상원의원도 바이든 사퇴를 촉구하려다 바이든 참모들이 만류하자 일단 입장 표명을 접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맨친은 작년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이지만 그의 ‘바이든 사퇴’ 요구는 민주당 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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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 주요 경합주인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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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도 “상당수의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바이든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바이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침묵해왔던 재선 캠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CNN은 “진보 진영 내에서도 바이든의 인지력 논란 등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TV 토론 참패에 대한 바이든의 ‘변명’도 비난받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한 기부자 모임에서 “TV 토론을 앞두고 두어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녔다. (토론 당시) 무대에서 거의 잠들 뻔했다”면서 잦은 해외 순방 탓에 토론에서 졌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에 “대통령의 체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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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지지율, 후원 금액도 트럼프에게 밀려

TV 토론 후 바이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수퍼팩(Super PAC·자금 모금과 지출에 제한이 없는 민간 정치 조직) ‘퓨처포워드’가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 따르면, 7개 경합주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TV 토론 이후 더 크게 떨어졌다. 모든 경합주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평균 2%포인트가량 더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아직 출마 의사가 없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우자 미셸 여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경우엔 11%포인트 차이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모금액은 바이든 캠프를 추월했다. 트럼프 캠프는 2일 지난 2분기에 3억3100만달러(약 4592억원)를 모금, 바이든 캠프의 2분기 모금액(2억6400만달러)을 넘어섰다고 했다.

토론 참패의 후폭풍이 이처럼 거세지는데도, 바이든 캠프는 여전히 이를 ‘과잉 우려’로 치부하려는 모양새다. 전날 고액 후원자 500여 명을 모아놓고 개최한 화상 회의에서 바이든 재선 캠프의 쿠엔틴 폴크스 부본부장은 “언론이 (바이든 고령 문제를) 지나치게 부풀리고 있다”면서 ‘언론 탓’을 했다. 미 매체 액시오스는 이에 대해 “바이든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알지 못했던 백악관 및 재선 캠프 직원들은 당혹하는 상황”이라며 “젊은 직원들 대다수는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 재선 포기

민주당 소속으로 미국 제36대 대통령을 지낸 린든 존슨(1963~1969년 재임)은 1968년 TV 연설에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표면적 이유는 베트남전 반대 여론과 경제난이었지만 실제로는 심장이 좋지 않았던 존슨의 건강을 우려한 배우자 클로디아 여사가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선을 포기하면서 당시 미 정가에 큰 파장이 일었다. 존슨은 퇴임 4년 만인 1973년 1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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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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