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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인증사진 대기줄 1시간” 한라산 백록담 표지석 사진 촬영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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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 동능에 설치돼 있는 표지석과 표지목./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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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 표지석 인증 사진 대기줄이 1시간이 넘어요. 표지석을 추가로 설치해주세요.”

4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청 온라인 누리집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와 한라산국립공원 누리집 등에 한라산 정상 표지석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청 누리집에는 ‘한라산 정상석 인증 위해 1시간 줄서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민원인은 “한라산 정상석과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1~2시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며 “정상 표지석을 2~3개 만들어 놓으면 불편함이 개선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한라산국립공원 누리집에는 ‘하나 더 세우면 안되나요?’라는 제목으로 정상 표지석 추가 설치를 건의하는 글이 올라 있다.

해당 글 게시자는 “4~5시간 힘들게 올라와서 사진찍기 위해 뙤약볕에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는 불편을 견디기 어렵다”며 “백록담 표지석을 하나 더 세워 달라”고 피력했다.

현재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는 ‘白鹿潭’이라고 새긴 표지석과 ‘한라산백록담’ ‘한라산동능정상’이라고 적힌 표지목 2개가 설치돼 있다.

등반객들은 정상 등반 인증을 위해 대부분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면서 등반객이 몰리는 주말의 경우 1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나무로 제작된 표지도 있다’면서 기념 촬영 대기 줄을 분산하도록 하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관리소는 “정상 등반객이 반드시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정상 사진을 첨부하면 등반 인증서를 발급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은 민원인들의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두 개의 정상석 설치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정상 표지는 나무로 된 것과 돌로 된 게 있는데 등반객들에게는 돌로 된 게 인기가 많다”며 “민원인들의 요구는 알지만 문화재 현상변경 등 현실적으로 추가 설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자연석 표지석은 2007∼2008년쯤 한라산 동쪽 능선 정상에 세워졌다. 사실 현재 성판악이나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 오를 수 있는 자연석 표지석의 위치는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아니다. 한라산 최고 높은 곳은 서북벽 정상이다.

한라산에서 40여년간 근무한 신용만씨는 “애초 1950년대 제주 4·3사건 이후 한라산 정상 서북벽에 한라산 정상이라는 작은 표지석과 한라산 탐방이 개방된 것을 기념한 개방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서북벽 탐방로가 많은 탐방객들로 훼손되면서 1996년부터 탐방로가 폐쇄됐고 이후 다른 탐방로로 정상에 오르게 돼 실제 최고 높은 위치인 서북벽 정상에는 사실상 갈 수 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서북벽 정상의 표지석과 개방비는 없어졌고 2000년대 들어 정상 표지석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자연석 표지석을 세웠다.

신씨는 “자연석 표지석을 옮길 당시 헬기를 동원해 올렸다.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전까지만 해도 한라산에 온 김에 정상인 서북벽으로 몰래 가려는 등산객들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동쪽 능선에 표지석이 조성되면서 그런 행태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울릉도 성인봉에도 3m 높이의 대형 표지석이 있는데, 한라산 표지석은 그보다 작은 높이 1.5m가량에 불과하다”며 “지금보다 큰 대형 표지석으로 교체하게 된다면 상징적 의미도 더 커지고 기념 촬영하려는 등산객들이 사방에서 찍을 수 있게 돼 혼잡한 상황이 다소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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