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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책&생각] 따뜻한 이웃들 만나러, 오늘도 한 바퀴 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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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민이의 동네 한 바퀴’ 속 한 장면. 비룡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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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의 동네 한 바퀴
정재숙 글, 이주민 그림 l 비룡소 l 1만4000원



“내 이름은 이주민. 남들과 난 조금 다르지만 항상 씩씩하다. 오늘도 우리 동네가 잘 있는지 탐험하러 가야지. 갔다 올게!”



그림책 ‘주민이의 동네 한 바퀴’는 스물다섯 살 ‘이주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곳곳을 방문해 이웃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편의점부터 복지관 식당, 카페, 할머니 집, 미용실, 세탁소, 마트, 체육관, 약국 등 가는 곳마다 만나는 이웃들은 주민씨를 항상 따뜻하게 맞이한다. 복지관 식당 아주머니는 “오늘도 야채는 안 먹을 거냐”고 살피고, 할머니는 “야채를 먹어야 살이 빠진다”며 라면에 넣는 야채수프까지 챙긴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주민씨가 좋아하는 게 전신마사지 기계라는 걸 안다.



책은 주인공 주민씨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장애”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고, “조금 다르다”고 할 뿐이다. 실제 8살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자, 아이는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할 뿐 전혀 주민씨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민씨가 만나는 “날씬한데 배만 빵빵한” 세탁소 아저씨와 “동네 일을 다 아는” 미용실 아주머니 이야기에 킥킥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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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의 동네 한 바퀴’ 속 한 장면. 비룡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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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이다. 우리나라는 장애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 사회에 가까운데, 발달장애인을 미리 재단하고 이상하게 바라보기보단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복지관 카페에서 항상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친구를 만나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등 주민씨의 구체적인 모습들 속에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녹여냈다.



이는 실제 주인공 이주민의 엄마인 정재숙 작가가 글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실제 주인공인 이주민 본인이다. 그는 발달장애 1급을 가진 스물다섯살 청년으로,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더 쉽다고 한다. 먼저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캔버스에 유화와 수채화를 혼합해, 밝고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려냈다. 이 작가가 펴낸 두 번째 그림책으로, 오는 12일까지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전시회도 열린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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