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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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와 유력 정치인들을 테마로 발행된 밈코인(쓰임새 없이 단순힌 재미로 만들어진 가상자산)의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과 연관이 있는 기업의 주식, 이른바 ‘정치 테마주’의 가격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테마로 만들어진 밈코인 ‘조 보든(Jeo Boden)’은 지난 5일 오후 3시 기준 0.03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최고가였던 지난 4월 11일 0.95달러와 비교해 약 3개월 만에 3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다.
조 보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 철자(Joe Biden) 중 일부를 바꿔 발행된 정치 밈코인으로 지난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급등했다. 지난 3월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 보든 코인의 가격도 계속 내리막길을 탔다. 특히 지난달 27일 진행된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 등 노쇠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이 코인의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거센 후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테마로 한 밈코인 ‘카말라 호리스(Kamala Horris)’의 가격은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카말라 호리스 코인은 전날보다 23.8% 급등한 0.01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 가격은 0.002달러에 불과했지만, 5일 만에 7배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이 코인은 지난 5월 30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후 이달까지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대선 후보 TV 토론 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으면서 이달 들어 줄곧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치 밈코인 중 하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테마로 발행된 ‘마가(MAGA)’는 지난달 초까지 가격이 크게 오른 후 최근 한 달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마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코인이다. 올해 발행된 조 보든, 카말라 호리스 코인에 앞서 거래가 시작됐으며, 거래량도 훨씬 많다.
마가 코인은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 이후 한동안 약세를 보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5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5월 초까지 4달러대에 거래가 됐지만, 6월 2일에는 17달러까지 오르며 1개월 만에 4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그러나 이후 최근 한 달간 마가 코인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5일 기준 가격은 4.78달러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선 데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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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인들을 테마로 한 밈코인은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는 상장이 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코인들을 거래하려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낸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에서도 정치 밈코인에 대한 거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과거 멕시(MEXC) 등 일부 소형 해외 거래소에서 마가 코인을 사고팔 수 있었지만, 이 거래소들은 금융 당국에 영업 신고를 하지 않아 현재 이용할 수 없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밈코인 자체가 투자 위험이 크지만, 특히 정치 밈코인들은 거래량이 작아 특정 세력의 자전 거래와 시세 조종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 많다.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미국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정치 밈코인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정치 테마주의 경우 변동성이 커도 상장 기업이라 하락 폭이 어느 정도 제한돼 있지만, 정치 밈코인의 경우 아무런 쓰임새가 없는 가상자산이라 전액 손실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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