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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 (목)

프랑스 총선 대반전 이끈 '극좌정치인' 멜랑숑,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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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뤼크 멜랑숑이 총리가 될 수 있겠냐?"(마린 르펜 의원)
"누구도 승리했다고 할 수 없다. 멜랑숑은 더더욱 아니다."(제럴드 다르마냉 내무장관)

프랑스 조기총선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아닌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자, 각 진영에서는 일제히 '극좌 정치인' 장 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 좌파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멜랑숑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극우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며 좌파진영의 대반전을 이끈 인물 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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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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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숑 대표는 7일(현지시간) 좌파연합의 승리를 예상한 출구조사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 나서서 "우리 국민은 최악의 시나리오(극우 집권)를 분명히 거부했다"면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좌파연합 승리를 만들어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면서 "좌파연합은 집권 준비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좌파연합의 공약을 그대로 시행할 것이라면서 "(마크롱 등과의) 연합도, 협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NFP는 LFI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산당, 녹색당, 사회당 등과 함께 결성한 좌파 연대체다.

좌파연합의 한 축을 이끈 멜랑숑 대표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11세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20대였던 1976년 정계에 입문했다. 사회당 소속으로 프랑스 지방의회, 중앙의회, 유럽의회 등에 여러차례 선출됐고 에손주 부지사, 교육부 차관 등도 역임했다. 하지만 반자본주의 성향이 강했던 그는 사회당이 중도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2008년 탈당했고, 이후 2016년 현 LFI를 창당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의 팬으로도 잘 알려져있으며 풍자와 분노를 섞어 원고 없이 열정적인 연설에 나서는 포퓰리스트 웅변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72세인 그는 2012년, 2017년, 202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도 던졌다. 하지만 매 차례 고배를 들었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사회주의 성향 탓에 사회 불화, 계층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늘 따라붙었던 탓이다. 2017년 대선서는 19.6%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21.95%를 확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권력에 다가갈 때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1당 자리를 차지하면서 멜랑숑 대표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공개된 좌파연합의 공약에도 최저임금 인상, 초과이윤 세제 도입, 무상급식 등 멜랑숑 대표가 주장해온 분배 우선 성향이 확연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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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멜랑숑 대표가 총리에 오를 수 있을지엔 의문표가 따라붙는다. NFP가 의회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좌파진영 내에서도 지나치게 극좌에 치우쳐져 있는 그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라서다. 앞서 NFP에 소속된 녹색당에서는 멜랑숑 대표를 총리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선 1차 투표 당시 1위를 기록했다가 이번 결선에서 3위에 밀린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이 이날 "상황은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며 "멜랑숑이 총리가 되겠느냐"고 반문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극우 집권만큼 극좌 집권을 우려하며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LFI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범여권의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 역시 "오늘 선거 결과를 보면 누구도 승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 멜랑숑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진영도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헝 의회' 구도가 나타나면서 현재 총리 인선을 비롯한 정부 운영은 안갯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NFP가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좌' 멜랑숑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둘러싼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막진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NFP가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는 기존 공약들을 강행하면서 이미 과도한 프랑스 적자 문제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쏟아진다. 앞서 NFP는 최저임금 인상, 연금개혁 폐지, 부유층 감세 폐지 등 대규모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공약들을 내놨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 연구소는 이러한 좌파연합의 공약 이행을 위해 매년 950억유로 상당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며 이는 범여권의 6배, RN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로치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 회장은 "재정적인 면에서 (좌파연합은) 극우정부보다 더 극단적일 것"이라며 "연금개혁 등을 철회하고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규정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르디아의 얀 폰 게리히 수석시장분석가는 "좌파진영의 경제 공약은 여러 면에서 우파 공약보다 훨씬 더 문제가 있다"면서 "프랑스 재정전망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투자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로 극우 RN의 과반이 아닌, 좌파연합의 과반 확보를 꼽기도 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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