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삼성전자 사상 첫 총파업…장기화되면 생산 차질 우려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은 우비를 뒤집어쓰고 ‘총파업’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른 수천명의 사람들이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 줄지어 섰다. 굵은 빗줄기에 젖어 더욱 붉어진 머리띠 끝단에 새겨진 ‘NSEU’라는 약자가 의미하는 것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던 삼성전자에서 1969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벌어진 총파업 결의대회 풍경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삼노는 이날 오전 시작한 총파업 참여 인원이 654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초 목표 인원은 5000명이었다. 이날 궂은 날씨 때문에 현장 참석 인원은 그에 못 미쳤음에도 화성사업장 H1 정문 주차타워 앞 5차선 도로 200여m를 가득 메웠다.

삼성전자와 총파업이라는 단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노조원들이 일손을 놓고 모여들게 한 것은 “경영진의 실책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했다”는 불만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사측은 지난 10년 넘게 위기를 강조하며 직원의 복지를 축소하고 정당한 임금 인상을 외면하면서도, 경영진은 고액의 성과급과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모든 조합원과 직원들이 함께 만든 우리들의 회사이기 때문에 정당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최대 규모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성과급(OPI) 지급률이 지난해 0%로 책정된 직후 조합원 수가 급증했다. 지난달 7일 첫 연가 투쟁에 나섰으나, 이때는 징검다리 연휴여서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경향신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첫 총파업을 시작한 8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삼노는 이번 파업을 통해 ‘생산 차질’을 일으켜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반도체 생산 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직원은 약 7만명이다. 전삼노는 이날 설비·제조·개발(공정) 분야에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을 5211명으로 집계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자는 이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공정 자동화를 해도 현장의 설비 유지·관리 인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공정은 특정 지점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차질이 없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DS부문에서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DS부문이 15조원의 적자를 낸 데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주도권을 잡지 못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조직 개편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에선 당장 생산 차질이 빚어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삼노가 오는 10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을 하고, 이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만큼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전삼노는 임금 인상률,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두고 사측과 다투고 있다. 지난달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 조정에서도 합의가 결렬된 상황이라 향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이틀은 대체 인력을 준비해서 생산 차질에 대비하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라인이 멈추지는 않더라도 생산 차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전삼노 조합원을 두고 ‘귀족 노조’라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손우목 위원장은 “귀족이라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돈을 많이 받아가는 것은 임원들이고 직원들은 타 회사 대비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1등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조차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다른 중소기업은 더욱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삼노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이날 오전 기준 3만657명으로 3만명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4.5%에 달한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