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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물가와 GDP

시금치 값 한달새 65% 급등…"고난의 7월" 자영업 비명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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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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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작한 장마가 내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자영업자 시름이 깊어간다. 가뜩이나 고공 행진하는 먹거리 물가도 들썩인다.

기상청이 이번 주 내내 오락가락 비를 예보한 가운데 8일 전국 곳곳에서 비가 내렸다. 6월 말 시작해 7월 중·하순 끝나는 장마 한가운데 접어들었다. 기상청은 2022년 펴낸 ‘장마 백서’에서 “최근 장마와 아닌 기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장마 기간도 종전 3~4주에서 두 달 이상으로 길어졌다”며 ‘한국형 우기(雨期)’란 표현을 썼다.

과거보다 길어지고, 변칙적으로 바뀐 장마는 내수에 악재다. 유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내수의 한 축인 서비스업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 장마(54일)로 꼽히는 2020년 여름을 되짚어보면 장마와 내수 위축의 상관관계를 가늠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8월까지 이어진 장마로 8월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 대비 1.0% 감소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7.9% 줄었다.

야외 공사 현장이 대부분인 건설업도 위축했다. 당시 건설업 생산은 전달 대비 7.1% 감소했다. 한 대형 건설업체 현장소장은 “장마 기간에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어렵고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며 “전기 합선 등 우려로 내부 공사도 진행하기 어려워 건설 현장이 사실상 ‘올 스톱’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장마철 직후인 지난해 8월 펴낸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동력)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앤데믹(풍토병)으로 전환했는데도 불구하고 7월에 비가 많이 내린 탓에 의복을 포함해 음식·숙박·여행 등 서비스 소비가 위축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5월 전국 평균 강우량(193.4㎜), 7월 강우량(506.1㎜)은 평년 대비 각각 1.9배, 1.7배 수준이었다. 1991년 이후 두 번 째 높았다. 4~7월 국내 소비는 1~3월 대비 0.5%가량 줄었다. 당시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날씨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품목(음식·숙박·여행 등)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소비가 0.2%가량 늘었다. (소비 감소에) 날씨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시름도 커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6월 경기동향(BSI)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7월 전망 BSI는 57.9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9.5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를 비관한 이유로 ‘소비심리 위축(45.1%)’을 가장 많이 꼽았고, ‘날씨·계절성 요인(18.0%)’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 과천에서 부대찌개 집을 운영하는 이 모(43) 씨는 “장마철엔 전반적인 매출도 줄지만, 폭우가 쏟아지면 배달도 어렵다”며 “습도가 높아 에어컨을 장시간 틀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 고난의 7월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먹거리 물가에 장마는 쥐약이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시금치(100g) 가격이 30.1%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해 65.5% 상승했다. 적상추(100g) 가격은 일주일간 17.3%, 한 달간 35.1% 올랐다. 배추(한 포기)도 일주일간 26.0%, 한 달간 29.1% 오름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펴낸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온보다 강수량이 물가 상승에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온이 과거 대비 10도 오르거나 낮아지면 물가가 단기적으로 0.04% 포인트 뛰어오르는 데 비해, 강수량이 100㎜ 증가 또는 감소할 경우 물가가 0.07% 포인트 상승한다면서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날씨 충격이 1개월 발생한 경우를 가정한 연구 결과인 만큼 충격이 2~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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