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토 정상회담 불과 하루전 보란듯 최대 규모 공습
최소 41명 사망, 170여명 부상… 우크라, 방공 시스템 절실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 국제형사재판소와 증거 공유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오흐마디트 어린이 병원 피습 현장에서 구조요원들이잔해를 치우며 피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도 키이우 소재 오흐마디트 병원은 우크라이나 최대 국립 아동전문 병원이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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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고 병원 밖 거리를 걷던 부모들은 대낮의 공습에 멍한 채 흐느끼며 울부짖었다.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오흐마트디트 국립 전문 아동병원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을 쏟아 부어 최소 41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재까지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41명이 사망했고 17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앱에 올린 글에서 키이우의 어린이 병원과 산부인과센터, 어린이 보육원, 비즈니스 센터, 주택 등 100개 이상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사일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 수밖에 없다. 사람들, 어린이들, 그리고 인류 전체에 대한 모든 범죄에 대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5개 도시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여러 민간 시설이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AFP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최소 36명이 숨지고 137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그래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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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습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공습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격 중 하나였다.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7개 도시 전역에서 공습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9일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키이우 어린이병원의 5곳이 손상됐고 어린이들은 다른 시설로 대피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총 38발의 러시아 미사일 중 30발을 격추했으나 추가 방공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입수한 온라인 비디오에는 미사일이 어린이 병원을 향해 떨어지고 큰 폭발이 이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 미사일이 Kh-101 순항 미사일이라고 확인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으로는 요격하기 가장 어려운 무기 중 하나다.

특히 이번 공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이 열리기 불과 하루 전에 일어났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폴란드를 거쳐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던 찰나였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의 방위력 강화와 동맹국들의 결집이 주요 의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보란 듯이 소아암병원까지 타격해 국제법을 위반했다.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오크마디트 어린이 병원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5개 도시를 겨냥해 여러 종류의 러시아 미사일 40여 발이 아파트와 공공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 공습으로 지금까지 최소 28명이 숨지고 약 100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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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잔인함을 끔찍하게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영국, 프랑스, 에콰도르, 슬로베니아 및 미국의 요청에 따라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 인 볼커 튀르크는 "희생자 중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아픈 아이들이 있었다"고 개탄했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 총장은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와 함께 이번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 추후 ICC와 증거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어린이병원은 물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지금까지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를 겨냥해 공습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방공시스템이 열악해 요격에 실패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 표적과 항공 기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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