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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당했던 갑질, 美서 따져보자’...삼성전자, 美 브로드컴에 반독점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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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삼성전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을 반(反)독점법 위반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있는 브로드컴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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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삼성에 강요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브로드컴에 대해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9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브로드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브로드컴이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일방적으로 브로드컴에 유리한 장기계약(LTA)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브로드컴은 통신용 칩에 강한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다.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이 갤럭시 스마트폰용 핵심 부품을 다른 공급 업체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7억6000만 달러 이상의 블루투스·와이파이·위치추적장비(GPS) 등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부품을 브로드컴에서만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계약을 강요했으며, 일정 구매금액에 못 미치거나 경쟁사로부터 해당 부품을 구매할 경우에 브로드컴에 삼성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소송은 지난해 9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브로드컴에 191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리며 화제가 됐다. 삼성의 이번 소송으로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법정 다툼이 이어지게 됐다.



삼성전자 vs 브로드컴, 그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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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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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철저히 ‘을’이 된 이 사건은 퀄컴의 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브로드컴의 경쟁사인 퀄컴은 이들의 LTA 계약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거래가 쉽지 않자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고 이후 조사가 시작됐다. 2022년 브로드컴은 공정위 제재를 피하는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미려하겠다며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중소 사업자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내용·정도에 있어 피해 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유일한 거래 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 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며 시정안을 기각했다. 이후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결정을 하자,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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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은 20년간 협력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1991년 설립된 브로드컴은 초기에는 케이블 TV용 셋톱박스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납품했다. 이후 200여곳 이상의 기업과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통신 기술 경쟁력을 키웠다. 2018년에는 퀄컴을 인수하려다, 국가 안보 상의 이유로 미국 정부가 금지해 무산됐다.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불공정한 장기계약을 요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통신용 칩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해 시가총액도 급격하게 불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브로드컴의 시총은 9일 8126억달러(약 1122조7694억원)로 세계 11위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5월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와 지난 8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시총 1조 달러를 찍은 TSMC에 이어, 1조 달러 고지를 넘을 차기 주자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이날 기준 4182억달러(약578조778억원)으로 세계 21위다.



한국에선 삼성전자 勝, 미국에선?



양사의 법정 다툼은 수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향후 브로드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경우 공정위가 확보한 증거 자료를 소송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하는 등 미국 내에서 반독점에 관해 민감해하는 분위기도 삼성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이 브로드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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