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04 (일)

AI 혁신 뒤처질라…“공간정보 공개제한 규제, 실효성 없고 역차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공개제한 공간정보는 몇가지 정보만 조합하면 쉽게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작 해외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국내산업을 저해하는 역차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민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수석은 1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기반 사회현안 해결 세미나’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NIA가 주최하고 한국IT서비스학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활용해 우리 사회에 산적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그 중에서 위치검색과 길찾기 등 공간정보를 활용한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공간정보의 공개를 일부 제한하는 현행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공간정보에 대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운영하는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 규정’에 따라 ▲비공개 ▲공개제한 ▲공개 등 3가지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군사시설 등 국가안보에 밀접한 정보는 비공개하고 있으며, 그 외에 개인정보 침해 등 우려가 있을 경우 공간정보 해상도를 2차원(2D)은 30m, 3차원은 90m로 제한해 정밀한 공간정보 제공을 막고 있다.

하지만 ‘공개제한’ 공간정보의 경우, 기준 근거가 불명확한 데다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돼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역차별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김민준 수석은 “산업에 필요한 고정밀 공간정보를 대부분 ‘공개제한’으로 분류함에 따라, 활용에 제약이 따르고 행정 및 절차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인 랜드셋(LandSat)은 전세계 15m급 위성영상을 무상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공개제한 기준은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지목했다.

이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개제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지만 민간의 경우 별도 보안심사를 취득해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상황”이라며 “또한 보안 규정에 의해 국내 기업만 규제를 받고, 해외 유입 데이터의 경우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역차별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해 최근 ‘공간정보 안심구역’을 지정함으로써 일부 완화를 해줬지만, 여전히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이 전한 공간정보 분야 전문가 전언에 따르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간정보 안심구역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데이터는 산업적으로 활용가치가 낮은 분석 결과만 외부 반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개제한 공간정보라 하더라도 몇가지 정보를 조합하기만 하면 공간정보를 도출할 수 있어 규제의 실효성조차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수석은 “NASA 랜드셋 위성영상과 국내 수치표고모델을 조합시키면 좌표를 포함해 해상도 15m급의 3D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국정원 규정이 제시한 기준이 90m인데 15m급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제한 제도가 쉽게 무력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보안관리규정의 분류기준 중 공개제한 기준은 삭제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김 수석의 주장이다. 기준 완화의 경우 산업계에서 활용 가능한 좌표를 포함해 해상도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처럼 공개 수준 이상의 공간정보를 제공하게 되면, 디지털트윈과 자율주행 및 도심항공교통(UAM) 등 공간정보 관련 융합 산업에서 초기 투입 자원을 약 5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김민수 대전대 교수는 “디지털트윈 서비스를 할 때 좌표가 없으면 분석에 문제가 생기고 현실세계를 모사한 디지털트윈을 만드는 데 굉장히 장벽이 된다”며 “공개제한을 아예 없애버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대신 서서히 기준을 완화하는 전략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과 충분히 논의해서 세부 분류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행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그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공간정보 규제를 많이 풀고 있는 미국 같은 해외 사례도 공유하면서, 공간정보가 AI 등 타 산업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고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을 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기환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의견을 보탰다. 서 위원은 “국정원이 보안관리규정 기본지침 만든 게 2012년 전후인데 그때 만든 기준이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있고, 일부 개선된 것도 민간 수요를 절대 충족시켜줄 수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도 1997년에는 비슷한 규제가 있었지만 최근 사라진 이유가, 이미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데이터를 다 공개하고 있어서 규제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며 “누구나 구글맵이나 구글어스로 좌표를 따서 쓸 수 있는데 국내 기업과 이용자들만 이런 공간정보를 쓸 수 없다는 건 역차별일 뿐만 아니라 산업발전에도 해가 되는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최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개선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강우구 국토교통부 사무관은 “국정원과 여러 차례 만나며 개선 필요성을 얘기 중”이라면서도 “어느 정도 완화될지는 저희가 결정 권한이 없다 보니, 산업계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주시면 국정원이나 국방부와 논의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강 사무관은 “국정원과 국방부도 (문제를) 인식 중이고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얼마나 개선할지 장담할 순 없으나, 연구를 통해 협의해나가면서 최대한 개선해서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